정부가 오는 26일 개헌을 발의할 예정인 가운데, 개헌에 관한 판단에 보수적 기독교의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원장 김영주, 이하 기사연)은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있는 이른바 보수 개신교 신앙의 실체와 그것이 정치, 사회적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연구조사를 진행하는 일환으로 ‘한국 개신교인의 신앙/종교적 성향에 따른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기사연은 “최근 정부의 개헌안 및 남북관계와 동성애에 대한 가짜뉴스가 온라인과 SNS 상에서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다. 이러한 가짜뉴스가 일부 보수 개신교 진영을 중심으로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으며,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여 국민 여론을 호도하려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러한 현상은 한국 사회 내 정치적, 종교적 갈등과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사회 통합의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더 나아가 촛불혁명으로 표출된 전 국민적 염원인 적폐청산의 실현을 가로막는 가장 큰 방해물이 되고 있다”고 취지를 밝혔다.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 간의 인식 차이를 비교 분석하기 위해 표본 비율을 각각 8:2로 설정하고 조사를 진행한 결과,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개신교인이나 비개신교인 모두 절대다수가 개헌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다만 개헌 찬성의 비율이 개신교인의 경우에는 55.8%, 비개신교인의 경우에는 65.0%로, 개신교인의 개헌 찬성 비율이 비개신교인에 비해 9.2%p 낮았다.

또한 개헌 시기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도 양쪽 모두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해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 경우에도 개신교인은 35.2%, 비개신교인은 41.9%로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해야 한다’는 비율이 비개신교인보다 개신교인의 경우 6.7%p 낮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개헌의 범위를 물어보는 질문과 선호하는 통치구조를 물어보는 질문에 대해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먼저 개헌의 범위에 대해선 통치구조뿐만 아니라 기본권 등 다른 조항들도 수정해야 한다는 포괄개헌을 지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나왔다. (개신교인 56%, 비개신교인 69%). 아울러 선호하는 통치구조는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 모두 가장 많은 사람이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택했다(개신교인 42%, 비개신교인 55%). 마찬가지로 개헌의 범위에 대해서와 선호하는 통치구조에 대해서 공히 개신교인의 비율이 13%p 정도 낮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볼 때 개헌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은 개신교인들과 비개신교인들 사이에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개신교인인지 아닌지 여부와 상관없이 대한민국의 국민 중 다수가 개헌에 찬성하며, 올해 치러지는 6・13 지방선거에서 개헌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국민들은 헌법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개헌이 되기를 바라며, 통치구조에 대해서도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하고 있다.

문제는 각각의 질문에 대해 다수를 차지하는 개신교인의 비율이 비개신교인의 비율보다 전반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기사연은 개신교인의 신앙적 성향이 개헌에 관한 판단이나 선호와 관계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관계인지를 밝히고자 인데이터랩에 통계 분석을 의뢰•검토했다.

이에 따르면 상당수의 개신교인이 신앙생활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다. 19세 이상의 개신교인 중 74%가 10년 이상 신앙생활을 하고 있으며, 72%가 매주 정기적인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적 성향의 신앙관은 상당히 약화된 것으로 밝혀졌다. 성실한 개신교인의 상당수가 다른 종교에도 진리가 있다고 생각하며(47%), 선하다고 생각한다(58%). 또한 성서에는 오류가 없다고 생각하는 개신교인은 51%로 여전히 다수가 ‘성서무오설’을 지지하고 있지만, 판단을 유보하는 개신교인이 29%, 오류가 있다고 생각하는 개신교인의 비율도 20%나 된다.

구원에 대해서도 다른 종교에도 구원이 있다고 생각하는 개신교인이 28%로서, 구원이 없다고 생각하는 개신교인의 비율인 46%와 격차는 있으나, 이 또한 통념과 비교할 때 의외의 수치이다. 결과적으로 2018년도의 일반적인 개신교인들은 생각보다 배타적이지도 보수적이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사연은 “보수적인 신앙이 개헌 찬반 및 개헌 시기와 갖는 관련성을 각각 살펴본 결과, 보수적인 신앙을 가진 개신교인일수록 개헌에 반대하는 경향이 있으며, 개헌에 찬성하더라도 개헌 시기는 늦추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보수적인 신앙이 개헌에 관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 영향은 결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보수적인 신앙은 개헌에 대한 개신교인의 판단과 선호가 비개신교인의 판단과 선호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할 만큼 결정적인 세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서울 및 16개 시도에서 만 20세~69세 성인 남녀(개신교인 800명과 비개신교인 200명)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주)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온라인 서베이로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7일까지 조사해 인데이터랩으로 통계분석했다. 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 기준 ±3.1%p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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