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탁기 목사.

한반도에 새로운 역사가 열렸다. 한민족이 서로를 향해 총칼을 겨누었던 슬픔 역사의 뒤안길에서 분단된 지 73년이 지난 오늘에야 비로소 진정한 평화의 훈풍이 불고 있다. 남과 북 두 정상이 맞잡은 두 손을 놓지 않고, 한민족으로서 평화의 시대,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에서 힘차게 미래를 향해 도약하길 비란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한반도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사건이다. 무엇보다 당장이라도 전쟁이 발발할 것 같았던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만들어진 평화의 발걸음이라는데 박수 받을 만 하다. 그것도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강대국들의 입김이 아닌 남과 북 당사자 간 주인의식을 갖고 한 평화선언이라는 데 의미가 크다. 온 천하에 남과 북, 즉 한반도의 저력을 보여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한반도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도출해 내고, 꺼지지 않았던 전쟁의 불씨를 완전히 소멸시키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것은 세계평화의 본이 되고도 남을 역사적 사건이다.

이렇게 뜻 깊은 남다른 남북 선언이 단순히 선언에서만 그치면 의미가 없다. 판문점 선언이 과거 남북선언의 역사를 되풀이할 경우 한반도는 다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물론 남과 북이 판문점 선언을 통해서 평화라는 공동목표를 일궈 냈다는 것만 해도 큰 점수를 줄만 하다. 그러나 만점은 아직 아니다. 북한이 핵 폐기를 실천적으로 옮기고, 이산가족 상봉 등 평화를 향한 여러 가지 행동을 이어갈 때 비로소 만점짜리 정상회담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북한을 향한 경제제제를 풀어야 하는 지 문제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북한이 과거에도 그랬듯이 합의는 단지 선언에서만 그치고, 행동은 정반대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 행동이 나왔을 때 비로소 국제사회에서의 대북제제를 푸는 것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만 북한이 핵 폐기를 향한 선제적 행동을 거침없이 해 나갈 경우에는 국제사회도 이에 발맞춰 북한의 용단에 박수를 쳐줘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과 북은 이번 선언이 종잇장에 불과하지 않도록 불철주야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동포들의 인권문제가 해결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북한의 인권문제는 몇 해 째 세계에서 꼴찌를 달리고 있다. 과장된 부분도 있겠지만, 3대에 걸쳐 이어온 독재체제에서 자행된 인권유린은 심각한 수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진정한 평화로 가는 길이 무엇인지 되새기고, 더 이상 인권을 탄압하는 과오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때문에 남과 북은 계속해서 정상 간 회담을 비롯해 당직자 간 회담 등을 통해 산재된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분명한 것은 남과 북이 모처럼 불어오는 평화의 훈풍을 몸속 가득히 감싸 무의미하게 흘러가게 둬서는 안된다. 대화의 동력 유지가 절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남북 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시작이자 첫걸음이었다면, 북미정상회담은 보다 구체적인 북한의 행동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마치 도미노가 순서대로 넘어져 목표지점에 도달하듯이, 이번 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도미노가 되어 거침없이 이어져 나가길 소망한다.

남과 북은 십자가의 사랑을 실천하는 마음으로 서로 용서와 화해를 하고, 형제와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보듬어 줘야 한다. 이를 위해 1천만 한국교회 성도들은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가 깃들 수 있도록 평화통일이 오는 그날까지 무릎 꿇고 기도해야 한다. 이 민족 위에 하나님의 손길을 통해 평화통일의 열매가 맺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해야 한다. 판문점 선언이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겨지도록 기원하고, 한반도의 오랜 고통과 상처의 역사가 해소되기를 기도해야 한다.

그교협 증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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