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 헌 철 목사

유교철학에서는 인간 구성을 혼(魂)⋅백(魄)으로 설명한다. ‘비어 있는 관’은 그냥 ‘관’(棺)이라고 부르고, ‘시신’ 곧, 정령체인 백(魄)을 넣은 관은 ‘구’(柩)라고 별도로 부른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하관’이라는 말도, 전통의례의 용어로 말하자면, ‘하구’(下柩)라고 해야 맞는다. 기독교에서도 아직도 ‘운구’라는 말을 쓰고 있지 않은가?

옛 전통의례에서 하구(下柩)의식은 이렇다. 먼저, 구(柩)를 광중(壙中)으로 내리고, 5개, 혹은 7개의 횡판(璜板)을 아래쪽에서 부터 횡대를 덮는다. 이 때 위쪽 횡판 중 하나를 남겼다가 현훈(玄纁)이라는 의식을 치른 후 상주 이하가 재배하고 곡할 때 그 횡대를 제 자리로 옮겨 덮고 그 위에 흙을 덮는다. 다시 말하자면, 기독교의 하관식에서 횡대 하나를 열어 놓는 의식은 전통 장례 습속의 ‘현훈’을 별다른 검토 없이 그대로 습합한 것이다. 그러면, 현훈은 무엇인가? 현훈은 시신(體魄)이 묻히는 그 무덤이 있는 곳의 산신에게 신고하며 예물(폐백)을 바치는 의식이다. 이 현훈에 대해, 『주자가례』는 각각 그 길이를 1장 8척으로 하고, 검은 비단(玄) 6개와 붉은 비단(纁) 4개를 쓰라고 했다. 혹시, 집이 가난하여 그 개수를 갖출 수 없는 경우에는 검은 비단(玄)과 붉은 비단(纁)을 각각 1개씩만 쓰는 것을 허용했다. 현(玄)은 검붉은 색의 비단 폐백이고, 훈(纁)은 진홍색의 폐백이다. 근래에는 지방에 따라 검은 색 실, 붉은 색실을 쓰기도 한다. [출처 : 오세종 목사(예수원교회. 기독교타임즈. 작성 2011.10.06 11:30.]

하관식[下棺式. 하구식(下柩)]은 한마디로 “시체를 묻으려고 파놓은 구덩이[광중(壙中)]에 관[구(柩)]를 내린다(뭇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용어들을 알아보면, 묘(墓. 죽은 사람의 몸이나 뼈를 묻는 곳). 뫼(죽은 사람의 무덤). 무덤(송장이나 유골을 묻는 곳). 묘소(墓所. 죽은 사람의 묘가 있는 곳). 성묘(省墓. 조상의 산소를 찾아 인사를 하고 산소를 돌봄). 산소(山所. ‘뫼’를 높여 이르는 말). 성묘(省墓. 조상의 산소를 찾아 인사를 하고 산소를 돌봄) 등의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성경의 증거대로 “무덤에 넣어 둠” 곧 “안방재식(安放在式)”으로 표현한다. “무덤에 넣어 둠”(마 27:60 참조)을 중국어성경은 “安放在(안방재)”라고 번역하였다. 그럼으로 중국성경의 번역을 참고하여 하관식[下棺式. 하구식(下柩)]을 안방재식(安放在式)이라 하자.

참고로 우리의 국어는 한글이지만 실제 생활에 있어서는 한문의 어휘를 이해하지 못하면 글을 쓰거나 대화에 까지도 어려움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문문화 속에 살아온 우리의 언어가 한문을 배제하고는 그 표현에 어려움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왜 중국성경을 인용해야하느냐?” 하기 보다는 우리의 언어문화의 현실을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하관식[下棺式. 하구식(下柩)] ⇒ 안방재식(安放在式)

<다음호에 계속>한국장로교신학 학장•본지 논설위원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