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반면에 야당은 일부 언론이 ‘궤멸’이란 표현을 쓸 정도로 참패했다. 여당의 승리는 어느 정도 예상했었지만 이토록 압도적인 결과로 승패가 갈린 선거는 일찍이 없었다.

일단 여당의 승리의 요인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신뢰도라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줄기차게 추진해온 적폐청산과 남북 평화기조가 우리 사회를 변화시켰을 뿐 아니라 국민의 의식조차 바꿔놨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보수 지지층인 50~60대 유권자들마저 대거 진보 지지로 돌아서는 계기가 된 것이다.

두 번째 요인은 보수의 분열이다. 전임 대통령 탄핵사태 이후 보수는 철저한 자기 쇄신으로 새로워지는 길을 가야 했으나 소아적 계파 싸움으로 분열하며 스스로 국민으로부터 등을 돌려버렸다. 게다가 선거철마다 지역갈등에 편승하여 난립하는 소수 정당 출현에 고루함을 느낀 국민들이 대거 여당에 힘을 모아줬다.

그리고 결정적인 한방은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볼썽사나운 구태이다. 당 대표의 막말과 상식을 뛰어넘는 경솔한 언행에 염증을 느낀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 유권자들로 하여금 아예 야당 후보 전체에 염증을 느끼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자유한국당 대표는 여당 압승에 최대 공로자라는 뼈있는 농담도 그냥 지어낸 말이 아닐 줄 안다.

이번 선거는 결과가 말해주듯 여당에는 압승을, 야당에게는 쓰디쓴 참패를 안겨주고 끝났다. 그러나 이것으로 모든 게 끝났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미안하지만 여당은 승리에 만끽해 축배를 들고, 야당은 좌절에 빠져 탄식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그만큼 서민 경제와 특히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안보상황이 그리 녹녹치 않다.

이번 선거 결과가 여당에게 가져다주는 축제의 시간은 아주 잠깐이면 족하다. 그 다음은 국정 운영 전반에 따른 무거운 책임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만약 여당이 선거 결과에 도취되어 야당을 무시하고 매사 힘으로 밀어붙이려 한다면 그 결과에 따른 무한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그만큼 이번 선거는 정치를 잘못하면 국민이 언제든 매서운 회초리를 들 수 있다는 것을 교훈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야당은 이번 지방 선거 패배를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그나마 광역단체장 두 곳을 그루터기로 남겨 준 것을 감사히 여겨야 할 처지이다. 야당이 그동안 한 게 뭐가 있어서 우리 당 후보를 뽑아달라고 할 수 있었겠는가. 차라리 국민 앞에 잘못을 인정하고 일부 지역은 냉정하게 후보를 내지 않음으로써 국민 앞에 조금이라도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줬으면 나을 뻔했다는 생각도 든다.

선거는 끝났다. 이번 지방선거는 여당에게는 압도적 승리, 야당에게는 참패라는 너무나 상반된 결과를 안겨주었지만 어찌 보면 이는 여야 정치권 모두에게 주는 민심의 혹독한 매질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이번 선거로 보수 진보의 두 날개 중 한 날개를 잃어버린 정치는 우리 사회에 닥칠 더 큰 불행의 예고편일 수도 있다. 새가 한 날개로는 하늘로 날아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 여당은 승리에 도취하지 말고 겸손한 자세로 어려운 민생부터 챙기기 바라며, 야당은 국정의 책임있는 동반자로서 철저한 자기 쇄신을 바탕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부터 다시 시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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