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도화(山桃花)

박목월

산은
구강산(九江山)
보랏빛 석산(石山)

산도화
두어 송이
송이 버는데

봄눈 녹아 흐르는
옥 같은
물에

사슴은
암사슴
발을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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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장로, 시인, 문학평론가)

 
청록파 시인 중 한 사람인 목월의 본명은 박영종이다. 처음에는 동시를 만들었다. 「제비맞이」「얼룩송아지」가 그의 작품다.

예시는 보편적으로 동양적 이상향을 노래한다고 한다. 그러나 목월의 어머니의 돈독한 신앙 아래서 성장한 그는 기독교신앙을 암시적으로 표현 작품이 많은 면에서 볼 때, 이 작품도 기독교적인 종말세계를 보여주는 개연성이 다분히 있다. 박두진의 「해」에서 나오는 청산의 사슴이 유토피아를 상징하는 성경 속의 동물의 인용으로 생각하면 그런 추측이 가능하다. 원래 종교에서 사용하는 상징은 그 민족이 가지는 원형심상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구강산은 돌로 된 산과 아홉 개의 강으로 이루어진 실재하지 않은 허구의 산이다. 이 그림을 돌산과 곳곳에 물이 흐르는 도학적(道學的)인 이상향이라고 말하기 쉽지만, 그의 성장과정을 보면 그가 인용하는 심상은 성경 안에 나오는 미래의 세계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에덴동산과 그곳에서 흐르는 4개의 강은 그의 전기적(傳記的)인 관찰을 통해 그런 해석의 단초가 된다. 푸른 초장의 양으로 비유된 유대적인 심상을 동양적인 심상을 동원하여 신과 인간의 관계를 구강산의 암사슴으로 전이시켰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봄눈은 역경을 다 이겨낸 시절의 마지막 고난의 모습이다. 사슴을 다시 암사슴으로 강조하는 면에서 평화를 상징적으로 강조할뿐더러 여성적 이미지의 동물로 배치함에서 파괴가 아닌 새로움의 창조를 암시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엘리엇이 지적한 ‘기독교적 신앙체험이 무의식 상태로 작품 속에 용해되어 있을 때 가장 바람직한 기독교시가 될 수 있다’는 말을 기억한다면 그의 작품은 전통적인 한국인의 원형심상을 가지고 신앙과 예술의 조화로운 시세계를 추구하고 있다고 해석해 줄 당위성이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을 통해 변용이라는 기독시 창작이론을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

한국기독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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