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라이 동굴에 갇혀 있던 13명의 기적적인 생환 소식이 전세계에 뜨거운 감동을 선사했다. 현지 유소년 축구팀 소년과 코치는 지난 달 23일 탐 루앙 동굴에 들어갔다 폭우로 출구가 막히면서 고립된 후 열흘만에 극적으로 구조대에 의해 발견되었다.

이들은 한 소년이 갖고 있던 과자를 나눠 먹으며 목숨을 부지했다. 12명의 소년들이 동굴 깊은 곳에 고립된 뒤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죽음의 공포와 싸우며 열흘간이나 버틸 수 있었던 데는 스물다섯 살의 축구팀 코치 엑까뽄의 자기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엑까뽄 코치는 동굴 안에 고립된 아이들에게 ‘우리는 한 팀’이라는 의식을 계속 심어주면서 반드시 살아서 나갈 것이란 희망을 갖도록 정신적으로 이끌었다. 아이들이 공포감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명상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게 하고, 하루 먹을 과자의 양을 정해주기도 했다. 또 복통을 일으킬 수 있는 흙탕물 대신 천장에서 떨어지는 맑은 물을 마시도록 했다. 아이들이 비교적 건강하게 버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 그는 정작 자신은 열흘간 아무것도 먹지 않아 구조대가 발견할 당시 건강상태가 가장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엑까뽄은 열 살 때 부모를 잃고 고아원에서 지내다 12세부터 사찰에 들어가 10년 간 수도승 생활을 했다. 그러다 3년 전, 병에 걸린 할머니를 돌보기 위해 수도승 생활을 접고 치앙라이에 와 새로 설립된 유소년 축구팀의 보조 코치로 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소년들이 우기에 동굴에 들어갔다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이 알져진 직후, 인솔 책임자인 그에게 모든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그가 평소에도 아이들을 아꼈고, 동굴 안에서 헌신적으로 아이들을 보살핌으로써 모두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사실이 구조대에 의해 알려지면서 그에게 쏟아진 비난은 찬사로 바뀌었다.

태국 해군 구조대는 13명을 모두 구조한 직후 SNS에 “최장 4개월까지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구조 작업이 일주일 안에 마무리된 것은 기적이었다. 그러나 온몸을 소년들을 위해 던졌던 수많은 구조대원과 아이들을 끝까지 지킨 엑까뽄의 헌신이 없었다면 기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요즘 한국교회를 볼 때 위기 중에 위기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교인은 갈수록 줄어들고 사회적 신뢰도는 몇 년째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지난 오늘 너도나도 ‘개혁’을 외치지만, 현실은 개혁에서 점점 더 뒷걸음치고만 있다. 오죽하면 “한국교회가 몰락해야 비로소 개혁될 것”이라는 자조섞인 평가가 나오겠는가.

오늘의 한국교회는 마치 동굴에 들어갔다가 칠흑같은 어둠속에 갇혀버린 13명의 어린 생명처럼 매우 위태로워 보인다. 문제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구조대가 달려왔지만 한국교회를 구하기 위해서 누구도 달려올 것 같지 않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한국교회를 살려보겠다고 자기 몸을 던지는 엑까뽄 같은 지도자도 찾아보기 어렵다.

불교국가인 태국의 국민들은 부처가 12명의 소년들을 위해 엑까뽄이라는 젊은 승려를 곁에 보내주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목숨이 위태로운 한국교회에 하나님이 보내신 엑까뽄 같은 성직자인가? 아니면 250명의 어린 학생들을 내버리고 혼자 살겠다고 제일 먼저 배를 탈출했던 세월호 선장인가? 한국교회 지도자 위치에 있는 우리 모두는 오늘 내가 누구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대답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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