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병 환 FC

최근 터키에서 명품브랜드 버버리 의상을 직접 구매하면 다른 나라의 1/4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국내 버버리 홈페이지에서 200만원 대에 판매되는 트렌치코트가 터키 버버리 홈페이지에서는 70만원 대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쇼핑 호재 정도로 생각하고 있지만, 이 뉴스는 세계 경제 불안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터키 버버리 특가 판매의 원인이 된 라리화 폭락이 세계 경제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버버리 특가 판매는 라리화의 폭락과 터키 버버리 세일이 겹치면서 발생했습니다. 터키의 라리화는 13일 오전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한때 역대 최고치인 달러당 7.24리라까지 치솟았습니다. 작년 말 달러당 3.78리라에 비해 90% 이상 환율이 오른 것입니다.

라리화의 가치가 이처럼 급격히 떨어진 것은 미국과 터키의 정치적 분쟁 때문입니다. 터키가 지난 4월 초 미국 대신 러시아산 미사일 방어 체제를 도입하며 양국의 갈등은 점차 고조되었습니다. 또한 터키에서 간첩혐의로 투옥된 미국의 Brunson 목사를 석방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터키가 불응하자, 미국은 지난 3일 터키 수출품 에 대한 17억 달러 규모의 관세면제 특혜를 해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최근 연초부터 계속된 라리화 약세로 터키산 알루미늄과 철강의 대미 수출량이 늘자 미국은 알루미늄과 철강에 각각 20%, 50% 추가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경상 수지 적자가 심각하고 인플레이션이 15%대로 불안한 터키 경제가 이를 버티지 못해 리라화 폭락이 발생했습니다.

리라화 폭락은 곧바로 유로화 가치 하락과 유로존 은행주 급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유럽의 은행들이 터키에 많은 자금을 빌려줬기 때문입니다. 또한 세계경제 불안에 대한 우려감으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면서 국제유가가 급락했습니다. 비교적 안전자산으로 손꼽히는 미국의 달러화와 일본의 엔화는 상승했으며, 국제 금값은 달러가치 급등의 영향으로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습니다. 터키 리라화 폭락에 놀란 투자자들이 신흥시장 통화를 팔면서 인도 루피화 등 많은 통화가 연이어 하락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원화가치 또한 하락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터키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게도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터키 환율 변동으로 당장에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터키의 리라화 자산을 달러로 바꿀 때 교환 가치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또 터키 경제가 무너지면서 매출 감소 등의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터키에 진출한 LG전자, 현대자동차, 한일이화, 만도기계, CJ 등 많은 기업들이 주식시장 개장 즉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향후 전망 또한 어두운 편입니다. 독재 성향이 강한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을 약화시키지 않기 위해 미국과 대립관계를 풀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 역시 보호무역을 계속 강화하면서 많은 나라에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경제 제재를 진행중인 이란 라일화는 연초 대비 45% 절하됐으며,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13% 하락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라리화 하락을 투자 기회로 생각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당분간 적극적인 투자보다 안전자산 보유를 권하고 있습니다. 자산을 보호하면서 투자 타이밍을 기다릴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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