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수 감독.

일본의 압제에서 독립을 맞은 지 73년이 흘렀다. 8.15 광복절 제73주년을 맞아 한반도 전역에서 이를 기념하기 위한 각양각색의 행사들이 줄을 이었다. 저마다 민족의 해방을 외치며,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목숨까지 내바친 순국선열들을 기리기 위해 분주했다. 내년이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해이기에 이번 광복절은 어느 때 보다도 의미가 남달랐다.

하지만 목숨까지 바친 순국선열들의 헌신이 무색하리만큼 작금의 한국사회에서 광복절의 의미는 생각보다 크지 않은 듯 하다. 오히려 8.15 광복절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각종 정치적 행위들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누구보다 모범이 되어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자라나는 미래 꿈나무들에게 가르쳐야할 어른들이 이념 논쟁에 휘말려 제 역할을 망각하고 있다. 일제 36년 세월은 분명 슬프고 고통스러운 역사이지만, 모른 척 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그 치욕과 오욕의 역사를 기억하고, 두 번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아로 새겨야 한다.

그럼에도 그 소중한 날에 ‘대한민국 만세’가 아닌 이념적, 혹은 남녀 혐오만을 외치는 현실은 도대체 순국선열들의 얼굴에 스스로 먹칠을 하는 행위다. 앞으로 자라나는 미래 꿈나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운단 말인가. 이 나라와 민족의 안위를 위해 목숨까지 내건 그들의 노력이 광화문 한복판에 나선 그들의 눈에는 하찮은 것으로만 보이냐 말이다. 오죽하면 어린 친구들 중 안중근 의사를 정말 ‘닥터’로 아는 경우가 있겠는가.

나라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 나라를 먼저 생각하지 않고선 개인이란 존재할 수 없다. 그들의 피로 쟁취한 대한독립을 더 이상 간계한 혀로 우습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유관순, 안창호, 안중근, 나석주, 이봉창, 백정기, 윤봉길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꿈도 꾸지 못한다. 나라사랑보다 중한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직 이 나라와 민족의 독립을 위해 나섰던 그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본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름도 빛도 없이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자신의 몸을 내바친 수천 수만의 무명의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정신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대로 남성도 하기 힘든 독립운동을 여성의 몸으로 당당히 맞섰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을 기리는 데에도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

일본의 압제 속에서 쟁취한 민족해방이 또다시 강대국들의 이념 논쟁으로 휘말려 분단의 아픔을 겪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이 민족은 이념과 빈부, 남녀, 지역 등 각종 갈등에서 벗어나 하나 된 마음이 되어야 한다. 모처럼 한반도에 훈풍이 불고, 3.1운동 100년을 앞둔 작금의 시점에서 이제는 서로 손을 잡고, 남과 북을 넘어 전 세계를 하나로 아우르는 한반도가 되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그 모체가 되어 진정한 민족 해방을 이루길 기대해 본다.

나사렛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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