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장로교단 총회가 마무리 되었다. 이번 장로교단 총회 중 단연 주목을 받은 것은 명성교회 세습 문제를 다룬 예장통합 총회였다. 예장통합 총회는 세습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논란을 부른 헌법위원회의 보고를 거부하고, 재판국원 전원을 교체하는 등 명성교회 세습에 대해 사실상 철퇴를 가했다.

예장통합 총회의 이같은 움직임은 즉각 KBS MBC JTBC 등 주요 방송사의 메인 뉴스시간을 장식했다. 특정 교단의 총회를 일반 방송이 이토록 세세하게 보도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명성교회의 세습 문제가 세간에 큰 이슈였던 셈이다.

명성교회의 목회자 세습문제에 이토록 일반 언론이 집요하다 할 정도로 관심을 가진 이유는 무엇일까. 촛불민심을 등에 업고 들어선 새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에 명성교회가 딱 걸려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MB, 박근혜 정부와 밀월 관계였던 김삼환 목사에 대한 견제심리와 대형교회에 대한 일반 대중의 거부감에 편승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원로목사가 아들에게 목회를 물려주든 말든 그것은 전적으로 그 교회 교인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한다. 그러니 총회나 노회가 감 놔라 배 놔라 간섭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7월 명성교회 강단에서 설교한 전 ACTS 총장 고세진 목사의 발언에서도 그대로 묻어난다. 고 목사는 설교 중에 “그래 우리 세습이다. 뭐 어쩌라고?”라는 참으로 어록에 기록될만한 명언을 남겼다.

명성교회측은 총회 결의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위임식을 마친 목사에 대해 불법 운운한다면 교회를 무너뜨리려는 음해 세력으로 간주하고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원로 김삼환 목사는 총회 결의 직후 새벽예배 시간에 교인들을 향해 “더 이상 가만있지 않겠다”는 선전포고성 발언을 쏟아냈다.

그들은 세습을 반대하는 사람들과의 일전을 ‘영적 싸움’으로 규정했다. 자신들이 하는 일은 모두 선하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인데, 마귀들이 자신들을 반대하고 죽이려고까지 한다는 논리로 무장했다. 이런 목소리는 명성교회가 총회 이후 어떤 방향으로 행동할 것인지를 짐작케 한다.

한국교회 일부 대형교회의 세습문제는 세상 언론이 아무리 비판하고 소속 교단이 제아무리 태클을 걸어도 쉼 없이 이어져 왔고, 또 앞으로도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은 법의 미비를 틈타 우회적 세습이라는 편법을 사용했다면 명성교회 사태 이후에는 오히려 총회 결의를 당당히 비웃으며 제 갈 길을 가는 방법이 대유행을 타지 않을까 싶다.

교계는 목회 세습문제를 신학적으로 이것이 과연 옳으냐 그르냐를 놓고 수년째 싸우고 있다. 그런데 세상은 교회와는 다른 시선으로 이것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세습이 과연 공정하냐는 것이다. 가끔 고위 정치인의 자녀들이 부정한 청탁에 의해 부정 취업한 사실이 밝혀져 뉴스에 오르내릴 때 사람들이 공분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세상 사람들에게 비쳐진 한국교회의 실상은 불공정, 반칙이 통용되는 자기들만의 리그로 보일 수밖에 없다.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좁은 고시원 방에 갇혀 오로지 취업시험에 몰두해도 취직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 현실에서 대형교회 목사 아들은 아예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한국교회는 세상으로부터 점점 고립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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