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바울 목사.

갈수록 각박한 세상이라는 요즘. ‘우리’보다는 ‘나’를 더욱 챙기는 개인이기주의가 팽배하고, ‘집 마당에는 안 된다(Not In My Back Yard)’는 ‘님비현상’은 이웃사촌이라는 말마저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은 온데간데없고,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삭막한 사회가 되어버렸다.

이런 슬픈 현실 속에서 한 착한 천사의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연이 알려져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있다. 요리관련 공부를 하며 꿈을 꾸던 평범한 학생이었던 청년은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할머니 한 분이 무거운 손수레를 끄는 것을 목격하게 됐다. 평소 교회를 열심히 다니고 봉사활동도 빼먹지 않을 정도로 착한 심성이었던 청년은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할머니 혼자 끌던 무거운 손수레에 자신도 힘을 보탰고, 그렇게 길을 건넜다.

하지만 길을 건너던 중 과속 차량에 치여 머리를 크게 다치고 말았고, 급기야 뇌사판정을 받았다. 가족들은 2남 1녀의 막내의 죽음에 비통함을 금치 못했지만, 장기기증을 서약한 청년의 뜻에 따르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선행을 하다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청년은 신장과 폐 등 장기를 기증해 7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했다. 이 슬픈 사연의 주인공은 바로 스무살 청년 고 김선웅 군이다.

김 군의 이야기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오직 나만 잘되면 돼”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침통한 세상에서, 남을 먼저 생각한 스무살 꽃다운 청년의 행동에 어른으로서 부끄러운 마음마저 든다.

할머니가 혼자서 손수레를 끌고 가는 현장에 김 군이 아닌 본인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김 군처럼 선뜻 나설 수 있을까.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어른공경, 이웃사랑 등 당연한 것들에 대해서 오히려 불편한 시각을 갖는다. 오죽하면 길거리에 쓰러진 사람이 있어도 그냥 지나치라는 말이 쉽게 나올까. 그만큼 사랑이 메말라 버린 사회가 되어버렸다.

이처럼 “내 일도 아닌데 그냥 지나가지”란 생각을 하기 십상인데, 선뜻 도움의 손길을 건넸던 그 마음이 감동을 준다. 더욱이 자신의 죽음으로 7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해줬다는 점에서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오늘 한국사회는 인정이 메마르고, 사랑이 식어버렸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더욱이 누구보다 사랑실천에 앞장서야할 교회마저도 그 역할을 제대로 감당해 내지 못하고 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물질만능주의가 교회의 정신이 되어버렸고, 십자가탑은 바벨탑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사랑이 없으면 사회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나’만 있어서는 이 사회는 멈춰버리게 된다. ‘우리’라는 세상 속에서 ‘사랑’이 흘러넘칠 때 비로소 온전한 세상이 된다. 나눔과 섬김, 헌신의 사랑실천이야말로 이 사회를 지탱해주는 윤활유와도 같다. 바라기는 스무살 청년의 이 헌신적 사랑 실천이 대한민국 전역에 퍼지고, 한국교회의 개혁과 갱신을 촉발시키길 기대해 본다.

예장 호헌 증경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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