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성교회 세습에 관한 총회 결의 분석 세미나에서 발표에 나선 노치준 목사(광주양림교회)와 조건호 장로(소망교회), 임희국 교수(장신대).

명성교회 세습에 관한 총회 결의 분석 세미나가 15일 오후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열렸다.

그동안 명성교회 세습에 반대하며 목회자 대회와 기도회 등을 열어왔던 통합목회자연대가 개최한 이 세미나에서는 노치준 목사(광주양림교회)와 조건호 장로(소망교회), 임희국 교수(장신대)가 △제103회 총회의 주요 결의와 그 의미 △총회 결의의 법리적 조명과 전망 △제103회 총회의 역사신학적 의미 등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노치준 목사는 담임목사 세습과 관련된 사회의 관심과 비판은 비영리조직의 왜곡된 수익배분이 담임목사에 이어 그 자녀들 세대에까지 이어지는 것에 대한 반발로,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큰 규모를 자랑하는 명성교회가 이 논란의 초점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명성교회는 물론 한국교회 전체가 사회적 비난과 반발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103회 총회에서 명성교회 세습을 부정하는 결의를 내린 것은 “명성교회와 한국교회 전체에 대한 비난과 반발을 줄어들게 하고, 한국교회의 사회적 공신력이 높아지게 했다”고 평했다.

또한 노 목사는 명성교회 세습을 젊은 세대의 좌절과 분노의 문제로도 접근했다.

이에 “자신의 노력으로 신분상승이 점점 어려워지는 신귀족제 사회를 살고 있는 젊은 세대들이 낙하산 인사, 유산 상속, 지위의 세습 등에 대한 분노, 좌절, 상처가 가득하다”며, “이것은 명성교회 담임목사 세습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젊은이들에게 일어나는 분노의 근저로, 103회 총회의 의결은 젊은이들의 분노와 좌절을 가라앉혀 주었고 그 결과 젊은 세대들이 한국교회의 미래에 대한 소망을 갖게 됐다”고 피력했다.

노 목사는 초대형교회의 힘과 권력의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노 목사는 “김삼환 목사의 은퇴가 가까워지면서 명성교회가 가진 강력한 힘과 영향력이 한국사회와 성도들에게 두려움으로 다가 오기 시작했고, 언제부터인가 주님이 머리가 되시고 주님의 몸 된 교회 명성교회라 부르지 않고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 소프트사와 같은 영문 이니셜 ‘MS-group’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지적하고, “명성교회가 만들어 가는 구조 속으로 ‘자율적으로’ 들어가서 ‘종속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명성교회는 한국교회 안에서는, 최소한 장로교 통합 교단 안에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헌법위원회와 재판국의 보고를 받아들이지 않음으로 헌법위원회의 해석, 재판국의 재판 등을 모두 무효화 시킨 103회 총회의 결의에 대해 노 목사는 “명성교회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명제를 무너뜨린 것이며, 더 나가서 메가 처치의 한계가 어디까지 인가를 보여줬다”고 정리했다.

특히 노 목사는 향후 명성교회가 취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길 중에서 가서는 안 되는 길로 먼저 총회의 의결을 뒤집으려고 하는 일체의 시도를 꼽았다. 자칫 헌법위원회의 해석이나 재판국의 재판이 총회의 의결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나온다면 큰 혼란에 빠질 수 있고, 전도의 문이 닫히는 동시에 명성교회 내부적으로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교단을 탈퇴해 타 교단이나 독립교단으로 가는 것도 부정적으로 봤다. 노 목사는 명성교회가 교단탈퇴를 결정할 경우 교단적 손실은 물론, 명성교회 내부에서의 갈등이 커질 뿐 아니라 교회를 떠나는 성도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대로 김하나 목사의 담임목사 취임 취소를 결정할 경우 명성교회 내부적으로 일시적인 어려움과 갈등이 일어날 순 있지만, 한국교회 전체로 볼 때 큰 유익이 있으며 부흥의 큰 물결이 일 것으로 봤다. 마찬가지로 명성교회를 ‘높은 뜻 숭의교회’처럼 몇 개의 교회로 분립할 경우에도 예전 명성교회의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총회 결의를 법리적으로 조명한 조건호 장로는 “2018년 8월 7일 총회재판국의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에 대한 청빙승인결의 무효확인소송에 대한 판결은 재심사유를 규정한 제124조 제8항의 ‘재판국이 중대하고도 명백한 법규 착오를 범할 때’에 해당한다”면서, “이번 총회에서 위 판결이 잘못됐다고 반대했고, 재판국원을 전원 교체했으므로 재판국원들이 총회의 의사를 존중한다면 재심을 인용해 위 판결을 변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덧붙여 “재판권의 독립은 여론으로부터의 독립도 포함되지만, 정당한 여론 특히 대한예수교장로회의 최고 치리회인 총회의 의사는 재판권의 독립과 다른 차원의 얘기”라면서, “총회재판국의 불신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근본적으로 재판국원의 숫자를 줄이고 법조인의 숫자를 늘려 전문성을 확보해야만 하며 이를 위해 예산의 뒷받침이 요구된다”고 피력했다.

임희국 교수도 “제103회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는 목회지 대물림(세습) 금지에 관한 교회의 시급한 현안과 사회적 관심에 신실하게 응답했다”면서, “명성교회 부자세습을 용인한 총회 재판국의 보고가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재판국원 전원이 교체됐다. 이로써 총회는 제103회기 총회 재판국으로 하여금 이 건을 재심케 하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임 교수는 또 “교회 세습은 공교회의 유산을 훼손시키고, 교단의 질서를 와해시키는 행위”라면서, “이런 행위는 특정 명성교회로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산업화시대 이후 한국개신교에서 확산된 개교회 중심주의가 공교회를 파편화 시켰고, 양적으로 급성장한 대형교회의 물리적(재정) 힘이 공교회의 질서를 훼손시켜 왔다는 점도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한편 통합총회 재판국 첫 모임이 같은 날 새로 교체된 15명 국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으나, 관심을 모은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위임목사 청빙 무효소송 재심은 논의되지 않았다. 다만 강흥구 재판국장이 “공명정대하고 하나님 앞에 어그러지지 않게 양심을 가지고 임하기로 했다”고 밝힘에 따라, 명성교회 부자세습에 대한 재심 여부가 다뤄질 차기 재판국 모임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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