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두부처럼 잘려나간 어여쁜 너의 젖가슴/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왜 찔렀지 왜 쏘았지 트럭에 싣고 어딜 갔지/망월동에 부릅뜬 눈 수천의 핏발 서려있네/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중략)…//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피! 피!”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38년이 지난 오늘 유난히 이 노래가 심금을 울린다. 이 노래는 역사의 한복판에서 민주화를 외치다가 군부독재정권의 계엄군과 싸우다가 죽임을 당한 희생자들을 기억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그날 시위현장의 참상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38년이 지난 오늘 이 노래의 아픔처럼 죽임당한 자들의 참혹했던 당시의 진실이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

누가 우리의 누나를 죽였는가. 동생을 죽였는가. 왜 죽였는가. 이들의 주검은 어디로 갔는가. 국민들은 묻고 있다. 당시 신군부와 모든 언론은 앵무새처럼 광주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광주시민을 모두 폭도로 매도했다. 당시 죽임을 당한 자와 부상을 입은 자, 광주시민들은 그날의 시간에 멈춰, 이제라도 처절하게 당했던 상처를 하나, 둘 드러낸다. 이렇게 드러나는 목소리는 ‘죽의 자’의 ‘한의 소리’가 되어 오늘 산자들의 가슴을 울린다.

이 노래의 가사의 내용 중 “두부처럼 잘려나간 어여뿐 너의 젖가슴”의 대목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해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들의 고통이 그대로 느껴진다. 당시 언론과 신군부는 이런 사실은 은폐해 왔고, 이들의 한의 소리는 하늘을 찌른다. 여기에 대한 국가의 책임 있는 조사가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에, 당시 언론과 정치인, 종교지도자들은 무엇이라고 변명할까. 변명이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이들은 오늘도 침묵한다.

현 정부 들어서 국가인권위원회와 여성가족부, 국방부는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을 꾸려, 확인된 성폭행 피해만 모두 17건이었다. 국민들은 이 숫자를 믿지 않는다. 문제는 당시 성폭행을 당하고, 죽임을 당한 가족 모두가 고통의 날들을 보내면서, 가족 전체의 피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돌았던 5.18 계엄군의 잔인한 성폭행의 사실이 국가차원의 조사에서 밝혀졌다는데 의미를 갖는다. 국가차원에서 최초로 확인된 사안이다.

하지만 오늘의 시점에서 가해자 등에 대한 조사권이 없다. 시간 제약으로 인해 공동조사단의 조사가 5.18 당시 성폭력 범죄의 진상을 완전히 드러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드러난 사실 만으로도 국민들은 충격적이다. 성폭행 피해자 대다수는 ‘총으로 생명을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군복을 착용한 2명 이상의 군인들로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진술했다. 계엄군은 10대에서 30대까지 학생과 주부, 생업 종사자 등을 상대로 성폭행 범죄를 저질렀다. 이들은 38년이 지난 오늘도 당시 피해의 기억 속에 갇혀 있다.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푸른 제복의 군인들만 보면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들의 절규는 하늘에 사무친다.

“지금도 얼룩무늬 군복만 보면 속이 울렁거리고 힘들어요”

“정신과 치료도 받아봤지만 성폭행 당한 것이 잊혀지지 않아요”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파견된 군인이 했다고 믿어지지 않는 ‘인면수심’의 만행이며, 지금까지 국가적 차원에서 벌인 진상규명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앞으로 진상규명은 국회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맡게 된다. 하지만 진상위원회 특별법이 만들어진지 4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몫인 조사위원의 추천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행과 구금된 여성피해자는 수사과정에서 일어난 성폭력 및 성고문의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은 끝나지 않았다. 가해자를 찾아내 책임을 물어야 하고, 다시는 이 땅에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죽은 자, 성폭행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한의 소리’를 듣고, 치유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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