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통합은 한국교회에서 가장 중심적인 교단으로 성장해 왔다. 1885년 이 땅에 미국 선교사를 통해 장로교가 들어온 후 통합 교단은 기장, 합동과의 분열의 와중에서도 가장 건강하게 성장해온 교단으로 손꼽힌다.

예컨대 영락, 소망, 명성교회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교회들은 모두 예장 통합 소속 교회들이다. 이중 영락교회는 고 한경직 목사가 피난민들과 함께 개척한 교회로 인근의 명동 성당이 한국가톨릭을 상징하고 있다면 영락교회는 바로 길 건너 중구 저동에서 개신교를 상징하는 교회로 우뚝 서있다.

반면에 소망교회와 명성교회는 곽선희 김삼환 목사라는 걸출한 설교가를 통해 서울의 신흥 개발지인 강남과 강동지역을 양분해 초대형교회로 성장시키며 명성을 떨치고 있다. 한국교회 성도들은 물론 기독교에 문외한인 일반인들이라도 통합이라는 교단은 모르더라도 이들 교회의 이름만 대면 금방 알 정도로 유명하다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예장 통합이 한국교회 안에서 이런 확고한 위상과 위치를 점하고 있다 보니 많은 교단과 교회들이 예장 통합의 결정에 거의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경향이 있다. 특히 이단사이비에 대한 규정은 예장 통합의 영향력이 거의 절대적이라 할 정도이다. 통합이 결정하면 한국 주요 교단들은 별도의 깊은 연구없이도 그대로 채용하는 것이 불문율로 여겨질 정도이다.

예장 통합의 이같은 영향력은 특히 연합사업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통합은 한국 선교 초기부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통해 에큐메니칼 운동에 전력해 왔다. WCC에 반대하는 예장 합동을 비롯한 보수교단들이 참여하지 않고 있어서 가입 교단 수와 규모 면에서는 한국교회 전체를 대표한다고 할 수 없겠지만 NCCK의 역사와 상징성, 사회적 영향력은 다른 연합 기관을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예장 통합이 중심이 되어 보수 성향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탄생하면서 통합은 한발은 진보에, 다른 한발은 보수에 담그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이는 민주화 격동기에 시대적 상황에서 불기피한 선택일 수 있지만 통합이 한국교회 전체에 차지하는 영향력 못지않게 막중한 책임감을 떠안게 되는 상징성을 가진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런 통합 교단이 한기총의 금권 선거를 문제 삼아 2012년 또 다른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연합(현 한기연)을 주도적으로 탄생시킨 데 이어 불과 6년만에 제4의 기구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을 결성하는데 앞장섬으로써 통합의 리더십과 도덕성이 또 다른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현 한기연은 당시 한기총의 금권선거와 이단영입으로 한국교회 전체의 신뢰가 추락하는 상황에서 지난 2012년 통합과 뜻을 같이하는 주요 교단들의 결단으로 시작되었다. 불가피한 점이 어느 정도는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교총은 왜, 무슨 목적으로 존재해야 하는지 한국교회가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처음부터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을 목적으로 한시적으로 활동하던 교단장협의회가 어느 날 슬며시 공식 기구화한 것이어서 출범 목적 뿐 아니라 그 정당성을 주장하기 어렵다.

통합이 과거의 한기총을 만들 때처럼 한국교회 전체를 이끌어가겠다는 자신감에 충만해 있다면 무엇보다 지금의 한기연과 한기총을 아우르는 현실에서 다시 시작해 더 큰 이상과 포부를 실현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자기들이 만들어 놓은 기관을 무력화하고 새로운 기구를 중심으로 헤쳐 모여를 시도하는 것에 조금도 거리낌이 없다는 것은 내가 가는 길이 정도이고 곧 진리라는 오만함 외에 달리 설명하기 어렵다. 앞으로 한국교회는 지난 역사 속에서 거듭해온 분열주의라는 병폐에 대형 교단의 갑질이 더해져 만들어진 기형적 사생아를 얼마나 더 낳아야 정신을 차릴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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