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들녘의 이름으로 태어난 들꽃
가을이 이름으로 태어난 가을꽃
친 • 외가 출신 성분이
천생 야생시인
웃음 스민 울음
울음 깃든 웃음 누리며
우리 향기로웁자
눈부시지 않게
-『시인수첩』 18년 겨울호에서
* 유안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1965년 『현대문학』 등단. 『숙맥 노트』 등 17권 시집 상재.
< 월탄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소월문학상> <공초문학상> <목월문학상> 등 다수
작품 속에 보여주는 이런 관계를 살펴 내용과 형식을 확인하려 한다.
꽃은 가을에 핀 들꽃을 특정하여 대상으로 만들었다. 만들었다는 것은 고의성이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은 창작이라는 의미에서 시인의 의도적인 창조성을 뜻한다. 창조성이란 대상을 새롭게 재해석함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을 일컫는다.
천생 야생시인이라 함도 들꽃과 화자의 관계에 대한 등가성을 말해주고 있다. 즉 가을 들꽃을 닮거나 추구하려는 화자의 자기고백이다.
2연에서 상반적인 울음과 웃음을 서로 대비시켜 상관관계의 위치를 만들고 있다. 장미처럼 항상 웃는 모습이 아닌, 울음과 웃음의 양면성을 가진 들꽃 모습에서 화자 자신의 심리를 잘 보여준다.
엘리엇은 여러 이미지를 하나의 용광로에 담아 녹여 새로운 이미지로 드러내는 시를 통합시라고 했다. 존 던이나 드라이든의 형이상시도 마찬가지다. 형이상시는 이질적이고 상반성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이질적인 요소로 생기는 새로운 기발성을 소위 기상(conceit.奇想)이라 하는데, 그 둘 사이에서 생기는 감성적 융합기전을 랜섬이 형이상시의 특성 중 하나라고 지적하였다.
마지막 행에서 들꽃은 꽃의 모습보다 그 향기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꽃의 사명을 향기에 둔 것은 인간의 존재목적도 마찬가지임을 설득하려 함이다. 사람의 아름다움을 결정하는 격조 즉 인격은 겉모습이 아닌 내면의 중요함을 함의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