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재 성 교수

타락하기 이전에 인류는 선한 의지를 가졌으나, 타락 이후의 인간은 아무리 선하고 착한 일을 한다하더라도, 죄에 의해서 얼룩져있다. 심지어 이웃을 사랑하는 선한 동기에서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인간의 의지는 자만심과 교만함, 자기 의로움과 타인에게서 오는 평판 등으로 얼룩져있다. 사람의 죄성은 원래 인간에게 주어진 창조적 능력 속에 담겨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나님이 원래는 사람과 만물을 선하게 지으셨다. 그러나 죄로 인해서 하나님의 피조물들이 오염되고 부패케 되었다. 사탄은 창조의 능력을 갖지 못했지만, 하나님의 피조물 세계에 들어와서 진리와 정의를 파괴하고 오염과 부패를 유발한다. 그러나 사탄이 하나님의 선하신 피조세계를 완전히 무너뜨릴 수는 없다.

로마가톨릭 신학자들은 본성의 부패성에 대해서 너무나 가볍게 취급했고, 인간은 악한 의지를 가졌기 때문에 무능하다고 보았다. 그럼에도 본성적으로는 의지를 가졌기 때문에 무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로마교회에서는 인간이란 이성과 의지라는 능력을 갖고 있으므로 자신이 할 수 있다면,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루터는 이런 의지는 존재한 적도 없고, 노예적일 뿐이라고 규정하였다. 칼빈은 죄의 결과로 자유의지가 타락 후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르쳤다. 시편 58:3과 에베소서 2:3은 우리가 “본질상 진노의 자녀”라고 선언한다. 모든 육체는 죄가 있고, 하나님 앞에서 그 길이 부패했다 (욥 14:4; 요 3:6; 롬3:9; 왕상8:46; 시143:2; 잠20:9; 전7:20; 갈3:22; 요일 1:8).

제10장 종교개혁의 유산

우리가 역사의식을 가지고, 루터의 개혁 오백 주년을 기념하는 것은 종교개혁의 재발견 과정이다. 엄청난 희생과 인내를 통해서 우리에게 남겨진 신앙유산을 살펴보고자 한다. 필자는 종교개혁자들과 칼빈이 남긴 엄청난 공헌들의 근저에 포함되어 있는 고난과 인내의 신학적인 유산을 제시하고자 한다. 특히, 루터를 넘어서서 인류 역사상 최초로 “칼빈주의”라는 새로운 형태의 기독교를 만들어내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남긴 칼빈의 교회사적인 성취와 신학사상 속에서, 고난과 인내의 교훈들을 밝혀보고자 한다.

필자가 이러한 신앙의 유산에 대해서 깊이 생각할 기회가 있었다. 개혁주의 신앙인들이 남겨준 고난과 희생의 삶에 대한 주제를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종교개혁사 연구와 칼빈의 제네바에 대해서 탁월한 연구업적을 남긴 로버트 킹던 교수(1927–2010)에게서 배웠다. 그는 한국에서 열린 세계 칼빈학회 강연에서 자신의 외할아버지가 북장로교회 선교사로 평양에서 숭실학교를 지켰던 맥큔 선교사(S. G. McCune, 1928.9~1936.3까지 학장재직)이었다는 것이다. 맥큔 선교사는 일제하에서 신사참배를 거부하다가 자신 폐교하기에 이른다. 킹던 박사는 핍박당하던 초기 한국교회 성도들과 선교사들의 희생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선조들의 신앙유산에 대해서 재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종교개혁을 연구하면서 킹던 박사는 제네바에서 칼빈과 칼빈주의자들이 엄청난 고통을 이겨내고 신앙적인 성과를 잘 되살려냈다.

<계속>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 조직신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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