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에 보복이 끝을 보이지 않고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이다. 직전 대표회장이었던 엄기호 목사 시절 징계를 받았던 인사들이 전광훈 신임 대표회장이 취임하면서, 모두 복권되자, 이제는 자신들을 징계하는데 직간접으로 관여했던 인사들에 대해 역으로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한마디로 복수혈전이다. 솔직히 한기총은 한국교회연합과 분열 당시부터 8년 동안 보복에 보복이 꼬리를 물어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공명정대(?)하기로 선서까지 했건만 대표회장 선거만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패배한 진영에선 대표회장 직무정지 가처분을 법원에 제출하기 일쑤였다. 신임 대표회장 당선 이후 허송세월을 보내며 법적 다툼을 벌이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한국교회 대표연합기관으로서 위상정립은 물론, 한국교회 대통합을 위한 단초를 놓는데 시간을 할애하기에도 빠듯한 1년이라는 임기 동안, 한기총의 지도부와 선거에 패배한 측간의 다툼의 연속으로 인해 한기총은 식물행정을 벗어나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측의 소모적 다툼으로 한기총의 관계자들은 검찰과 경찰에 끌려가 조사를 받아야 했고, 한국교회를 위해 써야할 수많은 돈들이 변호사들 배불리기에 고스란히 들어갔다.

그 어느 단체보다도 화합과 연합, 그리고 화해를 말해야 하는 한기총이 권력다툼으로 물들어 엉망진창으로 전락해 버렸다. 한기총 내부에서 더 이상 관용의 정신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다. 이신론자인 중세의 신학자 허버트는 “초자연적인 계시종교도 시간이 지나면 제도화되고, 성직자들은 권력투쟁에 몰입한다”고 했다. 또 “마음이 정화된 자만이 하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고도 했다. 오늘 한기총의 관계자들은 정화되지를 못해 권력투쟁에 몰입하며, 하늘의 음성을 듣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지난 15일 한기총 세미나실에서 열린 윤리위원회에서 불거진 사태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윤리위원회의 ‘윤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날 현장은 심한 욕설이 오고갔다. 적과 적의 다툼만 있는 자리였다. 문제의 발단은 윤리위 조사를 받아야 할 인사들에 대한 서류접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윤리위가 일방적으로 징계 대상자들을 불러 조사했다는 지적이 불거졌다. 이쯤 되면 한기총은 연합단체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태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 어떠한 법적인 다툼도 하지 않기로 해놓고선, 상대후보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장신측 총무가 전광훈 대표회장을 향해 ‘직무정지가처분’을 법원에 접수했다. 결국 올해도 명약관화하게 대표회장을 둘러싼 법적 다툼은 피할 수 없는 지경이다. 여기에다 한국교회 주요 8개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변승우 목사를 한기총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가 ‘이단성 없음’을 결정하면서, 내부 다툼은 커지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한기총과 한교연 간에 무르익던 양 단체의 합동도, 불투명해졌다. 사실 한기총과 한교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무조건 합동하고 이단을 비롯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자는 측과 7.7정관으로 돌아가자는 측, 그리고 현재의 상황에서는 양 단체의 합동이 시기상조라는 측의 합동에 대한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웃교회와 이웃교단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종교적 관용’에서는 잘된 결정이다. 그러나 한국교회와 합의가 없었다는 점에서는 안타깝다.

여기에다 변승우 목사는 지난 13일 주일예배 설교에서 “성령세례도 안 받고, 방언도 안 받은 것들이 무슨 목사냐”고 말해, 이를 둘러싼 파장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변 목사에 대한 ‘이단성 없음’을 결정한 한기총 이대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또한 지난 11일 기자회견의 자리에서 변 목사는 자신의 ‘성령론’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무식하다’고 말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자신의 입장에서 ‘성령론’을 비롯한 ‘교회론’을 연구해 온 변 목사의 성령론의 수준에 기자들의 못 미칠 수는 있다. 그러나 기자들의 양식과 지식이 자신보다도 못 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주지했더라면 하는 마음이다. 안타깝다. 목사나, 일반 평신도나, 누구든지 겸손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대위가 이단성 없음이라고 결정했다고 해서, 변 목사가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모든 문제는 지도층의 인사들이 겸손하지 못해서 문제가 발생해 왔고, 발생하고 있다. 그것은 변 목사도 마찬가지이다.

세상에 자신보다 못한 사람은 없다. 모두 종이 한 장 차이이다. “오죽했으면, 이단사이비 대책위원장과 위원에 임명된 유동근 목사와 정동섭 목사가 사표를 제출했겠느냐”는 말까지 내부에서 흘러나온다. 이와 같은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면서, 일부에서는 대표회장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국민일보 빌딩 성령 컨퍼런스의 자리에서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성령세례 받지 않은 목회자는 걸어 다니는 시체”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서도, 한기총의 관계자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변 목사의 말과 대표회장의 말에 일부 한기총의 관계자들은 자리를 떴다. 그리고 대표회장과 변 목사를 비난하는 문자는 SNS를 통해 떠돌기 시작했고,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문제는 한기총의 관계자들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비판을 하면서도, 대표회장에게는 직언을 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여기에다 대표회장을 만나 무엇인가를 건의하려고 하면, 그 측근들이 철저하게 배수진을 치고, 만나지를 못하게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분명한 것은 한기총의 관계자들은 나를 개방해 너를 받아드리는 겸허한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한기총이야 말로 ‘관용’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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