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은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스승의 날(15일), 성년의 날(20일) 등으로 이어지며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기념식과 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서민들에게 가정의 달 5월은 ‘울고 싶은 달’로 여겨지고 있다.

모 여론조사 기관이 5월 가정의 달 각종 기념일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6.1%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했으며, 이중 어버이날이 가장 부담스러운 날이라고 응답했다. 어버이날이 부담스러운 이유로는 선물과 용돈 등 경제적 지출(63.7%), 선물과 인사를 챙겨야 한다는 부담감(23.2%) 등을 꼽았다.

실제로 시내 중심가 백화점 등에서 판매되는 카네이션은 생화 다섯 송이가 담긴 작은 상자가 5만원이 훌쩍 넘었다. 게다가 부모님 용돈에 식사까지 대접하려면 한번에 수 십 만원은 쉽게 나가니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다. 어린이날도 요즘은 캐릭터 업체들이 어린이들이 꼭 갖고 싶어 하는 고가의 선물 경쟁을 벌여 이만저만 부담이 아니다.

5월에 모처럼 서민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어 부모와 자녀에 대한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할 서민들에게 5월은 그저 속이 쓰린 달일 뿐이다. 오죽하면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모두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하겠는가.

이런 하소연과 푸념의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에도 기인하고 있다. 해가 갈수록 더욱 심화되고 있는 청년층의 구직난과 높은 실업률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지 오래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소위 일류 대학을 졸업해도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실업자 대열에 합류하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중장년층은 경기불황 여파로 인해 언제 실업자 신세가 될지 모르는 정신적인 압박감에 시달린다. 이미 구조조정당한 가장들의 갈 곳 없는 처량한 신세는 국민 행복시대를 열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에 큰 시험거리임에 틀림없다.

5월에 내 식구, 내 가정에 쏟는 마음을 조금만 나눠 시야를 밖으로 돌려보면 우리 이웃이 겪는 고통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다. 소위 사회적 약자라 불리는 독거노인, 다문화가정, 한 부모 가정, 소년소녀가장 가정, 탈북민, 장애인과 요양원 등에 위탁 보호받는 사람들에 대해 관심과 배려가 더욱 절실해지는 시기가 바로 5월이다. 정부나 자치단체, 혹은 사회복지기관들이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끝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교회는 우리만큼 구제와 봉사에 전력을 다하는 종교가 없다고 스스로 자위하지만 사회는 교회의 봉사와 구제를 생색내기 정도로 밖에 여기지 않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그것은 예수께서 지적한 대로 과부의 두 렙돈과 같은 정성과 마음이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내 입에 들어갈 것을 남의 입에 넣어주는 희생이 동반되지 않는 값싼 적선은 애초에 봉사와 나눔이라 할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많은 문제들의 시발점이 가정이다. 흔들리는 가정을 바로 세우지 못하면 사회가 무너지고 국가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된다. 건강한 가정은 그 구성원인 개개인의 행복에 기여할 뿐 아니라 건강한 사회, 건강한 국가의 뿌리가 된다.

한국교회가 일회성 구제, 생색내기 복지에 쏟는 물질과 관심을 조금만이라도 해체 위기의 가정을 치유하는 시스템 구축과 보다 건강한 가정을 세우는데 정성과 노력을 쏟는다면 5월이 피하고픈 부담스런 달이 아니라 누구나 손꼽아 기다려지는 달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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