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 성 택 목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을 '국군의 뿌리'로 평가함으로서 조야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사실의 옳고 그름을 떠나 대단히 충격적이고 심각한 갈등을 유발할 소지를 가진 문제임이 틀림이 없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사실의 옳고 그름의 문제가 정확하지 않는 상태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수사가 가지고 오는 파장과 그로 인한 유무형의 손실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사실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의 책임은 학계에 있다.

이 김원봉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파장이 수그러들기도 전에 다시 청와대는 천안함·연평해전 유족과의 오찬에서 '김정은 사진'이 들어간 홍보물을 나눠준 것을 그야말로 갈수록 태산이요 설상가상의 정도가 위험지경이다. 초청한 그들이 누구인가? 바로 김정은 휘하 군대의 도발에 의한 전물 유가족이다. 그 수장과 우리 대통령이 찍은 사진을 유족들 손에 들려주는 그 기가 막힌 발상을 누가 했는지 정말 궁금하다. 도대체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나쁘게 곡해하면 정말 유족들을 모독하려는 의도가 아니면 발상이 불가능한 일이다.

김원봉이 항일 투사인 것도 분명하고 더불어 6.25전쟁동안에는 북한군의 수뇌부로서 전쟁에 절대적인 책임이 있는, 소위 전범이다. 남북의 체제가 다르고 이념이 달라 서로 총부리를 겨눌 수밖에 없었던 이 시대에 과거 항일운동의 경력이 있다고 해서 우리의 뿌리로 둘 수는 없는 일이다. 이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처사인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반대로 동일하게 항일 운동을 했던 북한 군부 인사가 북한 체제에 적응하지 못해 남한으로 내려와 6.25전쟁 중에 우리 정부에 크게 기여했더라도 과연 북한이 자기 북한군의 뿌리로 인정해 줄까? 우문(愚問)에 현답(賢答)은 독자가 줄 것이다.

정부와 대통령은 정신 차려야 한다. 지금 왜 느닷없이 역사학계의 결론이 필요한 사안임에도 고작 영화 한편보고 감복하는 얄팍한 감성으로 무슨 나라를 통치하겠다는 것인가? 천안함, 연평해전 유족들 앞에 적의 수장의 사진을 들이미는 무례함은 절대로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퇴진이니 탄핵이니 하는 볼썽사나운 소리를 듣는 것이다. 어째서 이 정부는 말과 실천이 정반대로 가는 지 알 수가 없다.

더욱 갑갑하고 답답한 것은 우리 국의 처신이다. 도대체 예비역 장성들과 현역 장성들의 입장 차이가 왜 이렇게 다른가? 정답은 제대로 말할 수 있는 별다운 군인들은 벌써 자타의로 전역했고, 별답지 못한 별들이 쭈구리고 앉아있기 때문이다. 훈련 세게 시킨다고 군단장을 해임하라는 사병의 청원이 청와대 민원게시판에 올라와도 말 한마디 못하는 군대다. 이런 못나고 칠칠치 못한 군대에 이 나라의 안보를 맡겨도 될까? 하기야 그 수장이 그 모양이니 그런 인사를 남겨두었을 테고, 그러니 굳이 그들을 탓할 이유도 없다.

우리의 수많은 국군이 김원봉이 지휘부로 참여한 인민군과의 전쟁에서 죽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김원봉은 적어도 대한민국 법상으로 그는 처벌받아야 하는 사람이다. 어찌 그런 사람을 항일 경력을 내세워 우리 국군의 뿌리라고 말할 수 있는가? 필자와 보통 사람이 모르는 우리 군대와 국민을 위해 그 어떠한 위대한 업적이 있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그것이 아니라면 대통령의 말은 취소되어야 하고 사과해야 한다.

국군의 지휘부는 정신을 차리고 군인답게,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강한 군대를 유지해야 한다. 꼭 총칼을 들고 쿠데타를 일으켜 정치에 개입해야 군의 정치 개입이 아니다. 정치가 군을 정치에 이용함에도 이에 반발하지 않는다면 그 역시 군의 역 정치 개입이다. 군이 지켜야 하는 것은 정권(력)이 아니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이다. 그것이 현저히 위협받고 있는데 침묵하는 군대는 더 이상 국민의 군대가 아닌 정권의 시녀이다. 그대들이 바로 비겁한 정치 군인이요 소인배 똥별이다.

그리스도대학교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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