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의 ‘대통령 하야’발언이 연일 뭇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회 진보를 대표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이홍정 목사)도 “반지성적, 반상식적, 반평화적, 반기독교적”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교회협은 그동안 또 다른 갈등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으려는 의지 때문에 전 목사의 발언에 대해 언급을 아껴왔지만,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는 더 이상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욕되게 하지 마십시오’란 성명에선 한국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망언이라며 수위를 높였다.

이에 교회협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최형묵 목사)는 “‘히틀러’와 ‘미친 운전사’ 운운하며 정치적 집단살해를 선동, 획책하는 것을 바라만 보는 것은 전광훈 목사가 인용한 본회퍼의 예언자적 저항의 영성에도 맞지 않는 것이기에 우리의 입장을 밝히며 자기성찰적 자세로 일치를 위한 상호변혁의 길을 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 목사는 한국교회 연합운동에 대한 몰역사적 인식과 거짓된 통계를 기반으로 대중을 호도하며, 한기총 대표회장이 마치 한국교회 전체의 대표인양 자아도취에 빠진 채, 주권재민의 민주주의의 근간을 허무는 정치도발을 일삼아왔다”며, “급기야 지난 6월 5일 한기총이 발표한 시국선언문에 대해 여야 4당이 비판을 하고 나섰고, 전국 언론이 전광훈 이슈를 다루므로 이제 전 목사의 정치도발은 민주사회의 불편한 의제가 되고 말았다”고 성토했다.

교회협은 또 “극우 이데올로기에 경도된 그의 역사 왜곡과 막말은 보편과 상식을 추구하는 시민사회의 조롱거리가 되었고, 대다수 건전한 보수 진영이 지닌 대화적 품격을 모욕했으며, 존재위기를 경험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상처 입은 집단인격에 또 하나의 상처를 덧입혔다”며, “이 같은 행태는 권력정치의 집단적 광기에 몰입된 거짓 선지자의 선전선동으로 하나님 나라의 복음적 공동증언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반기독교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특히 교회협은 전 목사의 반복음적, 반신학적, 반지성적 주장은 참담함을 금할 수 없는 스캔들이라며, 교회가 자가당착적, 파당적인 패권정치에 몰입할 때, 특정 권력의 그늘 아래 기생하는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덧붙여 “작금에 보여준 일련의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본인과 일부 정치집단이 지향하는 권력쟁취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망상에서 속히 깨어나라”면서, “십자가 아래로 낮아짐으로 성령의 빛 안에서 탐욕과 정치적 욕망의 노예가 된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고, 보배를 담은 질그릇과 같은 그리스도인의 존재를 회복하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또한 일종의 ‘전광훈 현상’과 관련 한국의 분단냉전 권력정치체제와 결합된 종교의 사회정치적 일탈행동이라며, 여야 정치권이 종교를 정권의 쟁취와 유지를 위해 냉전적 파당정치에 이용하지 말고, 이분법적 프레임을 넘어서는 협치와 사회통합의 모범을 보이길 바랐다.

아울러 “개별 정치인이 자신의 종교적, 이데올로기적 정체성을 종교편향과 배타주의로 표현하는 것은 신앙의 행위가 아니라, 종교와 정치가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 차원을 부정하는 반사회통합적 파벌정치행위”라고 규탄했다.

현 정부를 향해서도 “평등민주주의와 평화경제를 내부적 토대로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한 사람이 열 걸음을 앞서감으로 대오를 소외시키거나 대오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열 사람이 함께 한 걸음을 걸어가는 집단지혜와 사회적 합의와 수평적 연대를 발전시키는 일에 더욱 정성을 기울여 달라”고 촉구했다.

끝으로 “(전 목사의) 끊임없는 거짓발언은 어떠한 측면에서도 한국 사회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의 모든 언론이 더 이상 전 목사의 비상식적 발언에 관심을 갖지 않고 무시해 주길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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