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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주 교수] 마음을 완악하게(출 7:3; 8:15; 9:7; 10:1)
김창주 교수  |  webmaster@c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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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18  15:3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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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창 주 교수

출애굽기 7-12장에는 10가지 재앙을 통해 점점 완고해지는 바로의 심리 상태가 잘 묘사되고 있다. 바로의 마음은 재앙이 거듭될수록 완고해진다. 히브리어 동사 ‘하자크’(קזח), ‘카바드’(דבכ) 그리고 ‘카샤’(השׁק)의 사역형이 번갈아 사용되었다. 문자적으로는 ‘비틀어 짜다,’ ‘납덩이처럼 무겁게 하다,’ ‘딱딱하게 하다’를 각각 뜻하며 목적어는 ‘바로의 심장’이다. 개역한글은 ‘드세고 괴팍하다’는 한자어 ‘강퍅(剛愎)하게’로 번역한 바 있으나 개역개정은 ‘고집스럽고 모질다’는 뜻의 ‘완악(頑惡)’으로 옮겼다. 심장 곧 마음의 상태를 나타낸다.

히브리어 레브(לב)는 신체의 가장 중요한 심장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마음에 직접 관련된 기관으로 간주되었다. 주로 마음으로 번역된 레브는 출애굽기 서두에 20 차례 언급된다. 번역에 따라 ‘고집’(새번역), ‘억지’(공동번역) 등으로 옮겨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마음이 완악하다’는 것은 바로가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태아의 심장이 형성되는 순간부터 하나의 존엄한 생명체로 인정된다. 한 번 뛰기 시작한 심장의 박동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지속된다. 심장에서 수축과 이완의 반복은 생명과 직결된다. 몸의 중추기관으로서 심장은 한편으로 혈액 순환과 산소와 영양분을 온 몸에 공급하고 다른 한편으로 이산화탄소와 노폐물 등을 빼낸다. 심장 박동은 저절로 이뤄지지만, 심장 박동의 세기와 속도는 자율신경으로 조절된다. 인체의 심장이 멈춘다면 생명의 유지는 상상할 수 없다.

유대교는 심장을 인간의 생각과 지적인 행위, 이해와 통찰력, 의식과 반성, 판단과 선택 등이 비롯되는 곳으로 여겼다. 그러니 심장이 ‘뒤틀리고 무거우며 굳으면’ 옳고 그름이나 선악을 잘못 분별하거나 이성적인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고 본 것이다. 출애굽기 서두에 바로의 마음이 완악해졌다는 구절이 거듭된 것은 이와 같은 상황의 반영이다. 모세의 집요한 요청과 일련의 재앙에도 바로는 사람의 장자와 가축의 초태생이 죽는 결정적인 일격을 맞을 때까지 이스라엘 백성을 쉽사리 놔주지 않았다. 그의 심장이 뒤틀리고 무겁고 굳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유대교는 심장이 심리적 평안과 마음의 안정에 직결되는 상호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그들은 마음의 평온과 생활의 안전을 유지할 제도적인 장치를 궁리해낸다. 다소 엉뚱하지만 그것은 곧 성서일과이다. 유대교는 모세 오경을 디아스포라에서는 일 년, 예루살렘에서는 삼 년에 한 차례 통독할 수 있는 일과표를 만들었다. 현재는 1년 주기 성서일과를 따른다. 한 주를 기준으로 월요일 아침, 목요일 아침, 그리고 안식일 아침과 저녁 등 네 차례 읽을 분량을 정교하게 짜놓은 것이다. 기원전 2세기경부터 예언서 일과가 추가되었다. 한편 탈무드는 7년 6개월 동안에 완독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오경일과는 ‘시두르’(רודס), 탈무드일과는 ‘다프 요미’(ימוי ףד)라고 불린다. 다프 요미는 ‘하루 읽을 분량’이란 뜻과 같이 매일매일 빠짐없이 해당 본문을 읽어야만 정해진 기간에 마칠 수 있다. 모세 오경의 경우 일 년 52-53 차례 안식일 예배에 성실하게 참석한다면 저절로 오경의 일독에 부분적으로 직접 참여하거나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성서일과가 완성되는 주간의 월요일은 초막절 행사의 마지막 날이다. 초막절이 끝나는 날 밤은 ‘토라의 기쁨’을 나누는 ‘여덟 번째 성회’로 모인다(2019년은 10월 21일). 이 날은 마치 안식일처럼 노동이 허락되지 않고 거룩한 모임, 곧 예배를 드려야한다(레 23:36). 예배 중에 신명기 33:1-34:12까지 읽고 곧이어 창세기 1장가 포함된 일과의 일부를 낭독함으로써 토라가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신명기의 마지막 글자 라메드(ל)는 창세기의 첫 글자 베트(ב)와 결합되어 곧 심장을 뜻하는 레브(בל)가 된다. 이것은 토라가 처음과 마지막이 있는 일반적인 책이라는 뜻이 아니다. 오경의 끝나는 곳이 다시 처음이 된다. 마치 심장이 한 생명의 일생 동안 펌프질하며 혈액을 공급하듯 한 순간의 멈춤도 허락되지 않는다. 이스라엘이 살아있는 한 ‘토라’는 심장처럼 딱딱하거나 무거워지지 않고 유연성을 유지해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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