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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주 교수] ‘기도’(רתע)의 참 뜻(출 8:8, 9, 28-30; 10:18)
김창주 교수  |  webmaster@c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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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29  15: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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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창 주 교수

출애굽기 8장에는 ‘간구하다’(רתע)는 동사가 집중적으로 나온다. 바로는 두 번째 재앙으로 인해 질겁하며 황급히 모세와 아론을 불러 야웨께 기도하라고 요청한다(8절). 모세가 야웨께 간구하자 개구리들이 ‘집과 마당과 밭에서’ 나와 죽었다(12절). 그러나 완악해진 바로는 이스라엘을 보내지 않는다. 이와 파리가 다시 이집트를 공격하자 바로는 또 다시 자신을 위해 기도하라고 요구한다(28절). 주로 ‘기도하다,’ 또는 ‘간구하다’로 옮겨진 히브리어는 아타르(רתע)이다. 이 동사는 항상 하나님과 연관되어 쓰인다(창 25:21; 삿 13:8; 욥 22:27; 33:26; 사 19:22; 대상 5:20; 대하 33:13; 스 8:23). 모세는 바로에게서 물러나와 야웨께 아뢴다(29,30절). 야웨께 기도할 때 모세는 늘 혼자다(cf. 막 6:46). 모세의 기도는 매개자 없이 하나님을 직접 대면한 상태에서 전달된다.

기도의 참 뜻을 알려면 다음 두 동사를 살펴야한다. 히트팔렐(התפלל), 히트하넨(התחנן)은 재귀형(reflexive)으로 알려진 히트파엘 동사다. 특히 앞의 두 재귀형 동사는 구약에서 공적인 기도문처럼 일관되이 사용되고 더러는 둘이 동시에 언급되기도 한다(민 21:7; 삼상 2:25; 왕상 8:28, 30, 33, 35, 38, 47; 시 5:3; 32:6). 여기서 주목할 점은 보통 재귀동사의 주어와 직접 목적어가 동일하다는 사실이다. 재귀동사의 동작이나 결과가 주어에게 돌아오듯 기도 역시 중재자일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기도자가 곧 그 수혜자가 된다.

위와 같은 히트파엘 동사의 문법적 특징을 중심으로 기도의 의미를 다음 세 가지 사실과 연관지을 수 있다. ① 상호적: 서로 보다, 함께 대화하다 등처럼 재귀동사에는 영어의 ‘each other’에 해당하는 의미가 내포된다. 구약에서 기도는 본래 기도자와 수신자의 상호 신뢰 관계라는 기반에서 비롯된다. 기도자는 수신자를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자신의 필요를 요구한다. 출애굽기 본문에서 모세는 바로 앞에서 물러나와 혼자서 야웨께 나아가 기도한다. 모세와 하나님의 상호적 관계는 이미 형성된 상태다. ② 반복적, 지속적: 히트파엘 동사에는 반복적이며 지속적인 행위를 함축하기도 한다. 예컨대, 왔다 갔다 하다, 계속 걷다를 묘사할 때 ‘할라크’의 재귀형 ‘히트할레크’(התהלך)로 표현한다. 신앙생활에서 기도란 일회적으로 종결되거나 성취되지 않으며 끊임없는 반복과 지속으로 이어지는 긴 수행과정이다. 모세의 요청이 8장에서 빈번하게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출 8:8,9,28,29,30). ③ 재귀적: 기도와 재귀동사에서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행위의 작용이 자신에게 귀결된다는 사실이다. 기도의 내용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적어도 기도자나 그가 속한 공동체가 수혜자가 된다. 이 때 기도자는 자신의 손해나 불이익을 감수할 수도 있다. 곧 희생제물을 바치는 행위도 기도자의 직접적인 수고와 재산상의 비용이 요구된다. 모세의 경우에는 ‘구두 기도’만 묘사된다.

출애굽 과정에서 모세가 거듭 야웨께 간구하는(רתע) 행위는 위의 히트파엘 세 가지 의미를 모두 상정할 수 있다. 모세는 바로의 요청에 따라 하나님께 기도하지만 그 혜택은 자신과 이스라엘을 향하며(재귀적), 지속적으로 되풀이되고(반복적), 모세 곧 이스라엘과 하나님 사이의 긴밀한 유대 관계(상호적)를 전제한 것이다. 한편 어원적으로 볼 때 아타르 동사는 놀랍고 오싹하다. 왜냐하면 아랍어로 기도자가 자신을 희생제물로 드리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구약의 제사법에 의하면 각종 제사에는 반드시 희생제물이 수반된다(레 4:3). 사제는 헌제자가 준비한 제물을 규정에 따라 하나님께 바친다. 이 때 희생 제물에 쓰이는 열매나 동물은 헌제자를 대신한 예물일 뿐 다름이 아니다. 그러니 기도란 자신을 제물삼아 하나님께 바치는 거룩하고 상징적인 수행이다.

전래 효행에 관한 미담 중에는 자녀가 노모에게 자신의 살을 떼어내 대접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온다. (佛家에는 불자들의 시주를 가뭄에 자식의 살갗을 베어낸 것으로 여기라는 교훈이 있다.) 역사 앞에 자신을 바치고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 독립운동가와 민주인사 등이 있다. 그것은 자신을 조국 앞에 산 제물로 드리는 희생제, 기도라고 볼 수 있다. 이렇듯 성서의 기도가 제 몸을 사르는 뜻이라면 보다 신중하고 보다 두려운 마음으로 기도해야 한다.

한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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