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잔디는
살려고
아침이슬 방울들을
주워 모으지만
 
이슬은
잔디가
더 푸르라고
제 전부를 내어준다.
 
-시집 『달맞이꽃 산바람 타고 오네』에서
* 지술현 시인 -사회복지학 박사. 『문학시대』로 등단. 다산문화제 문예대회 남양주시장상
 
▲ 정 재 영 장로
두 연으로 구성된 짧은 작품이다. 시적 은유를 위해 동원한 사물도 잔디와 이슬로 간단하다. 단출한 구성과 언어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겉과 다르다. 그 속에는 많은 정서나 관념을 품고 있다. 즉 압축과 함의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언뜻 보면 산문 형식을 시도한 것도 시로써 미완의 글처럼 보이지만, 시인이 필요 없는 군더더기를 제거한 결과다. 함축하고 암시하는 의미 공간을 넓히기 위한 의도적 작업인 것을 알 수 있다.

첫 연에 나오는 잔디는 지상적 존재를 일컫는 의미의 총체다. 피조물을 지시하는 존재에 대한 것으로, 인간이거나 식물이거나 모든 피조물의 존재론에 대한 은유다. 반대로 이슬은 천상적인 이미지를 가진 의미의 총칭이다. 신적 은혜나 부모의 사랑처럼 피조물이 존재 할 수 있는 근본 이유를 밝히고 있다. 우주적 창조와 유지의 한 단면인 것이다.

이슬은 잔디에게 생명수와 같다. 잔디가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이슬이다. 마른 풀에 내리는 생명 보존을 위한 역할을 상징한다. 생명을 유지하게 해주는 신적인 요소를 잔디에 내린 이슬로 이미지화하여 전경화 시켰다고 볼 수 있다. 잔디는 이기적이지만 이슬은 이타적(아가페)인 모습을 보여준다.

시의 구성은 소위 양극화의 배치다. 즉 이질적이고 상극적인 이미지로 구성했다는 말이다. 잔디는 고정의 이미지로, 이슬은 이동의 이미지로 동원하여 이질적인 구성을 통해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지상적인 이미지와 천상적인 이미지의 동원을 통해 생명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제목인 무소유란 이슬의 사명이면서 동시에 가치를 말하려함이다. 무소유란 자기를 버리고 비어냄으로 상대의 존재 가치를 향상시켜 준다는 희생과 봉사와 헌신을 일컫는다. 이슬은 잔디를 위한 그런 성격을 가진 일들을 총체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즉 신이나 부모님과 같은 존재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