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만나는 사람들마다 점점 살기가 힘들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특히 중소기업을 운영하거나 영세 소상공인들은 IMF 때보다 더한 경제 한파를 느낀다고 한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힌 조사 보고에 따르면 2019년 8월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13.6% 줄어든 것에서 보듯이 우리 경제는 성장 둔화와 함께 디플레이션, 즉 마이너스 경제 성장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이 전후에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것은 높은 교육열과 타고난 근면 성실, 우수한 두뇌와 뛰어난 손기술로 원자재를 수입 가공해 만들어 파는 무역 수출의 공이 컸다. 그런데 미중 간 무역전쟁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대내외 경제 악재가 겹치면서 수출은 곤두박질치고 내수경기 부진에 따른 경제 침체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일부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줄곧 소득주도성장을 기조로 경제정책을 펴왔으나 시장현실에 맞지 않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갈등이 증폭되면서 경제 성장의 발목이 잡힌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민들은 너나없이 모두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정치권은 이런 목소리는 외면한 채 오로지 벌써 몇 주째 법무부장관 후보자 한 사람을 두고 진흙탕 패싸움을 방불케 하는 정쟁에만 함몰되어 있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조국 전 민정수석이 사법부 개혁의 최적임자라 보고 반드시 법무부장관에 임명해야 하겠다는 것이고, 반대로 야당은 과거 SNS를 통해 무차별적인 비판을 쏟아내 미운털이 박힌 그와 가족을 둘러싼 특혜 부정 의혹 등을 연일 폭로하며 망신주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솔직히 대다수 국민들은 누가 장관이 되냐 안 되냐 하는 문제에는 그리 관심이 없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절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의 삶의 문제를 최우선으로 살펴야 할 국회가 여야 간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매일 지루한 폭로전과 비방전을 벌이는 것을 언제까지 보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혹자는 까면 깔수록 계속 의혹이 쏟아지는 사람을 장관에 임명하려는 대통령과, 딸과 가족들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내리는데도 끝까지 버티며 반드시 장관이 되겠다고 하는 후보자 모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반대로 현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반드시 그 사람이 사법부 개혁을 위해 적임자라 어떤 일이 있더라고 반드시 장관에 임명하겠다는데 이토록 철천지원수처럼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만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민주주의 정치는 국민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기 때문에 국민을 위하지 않는 정치, 국민이 원하지 않는 정치는 불필요한 것이다. 지금 온 국민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지고 국가 경제가 점점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치닫는데 오로지 장관 후보자 한 사람을 세우느냐, 낙마시키느냐 이 한 가지에 올인 하는 정당, 그런 정치가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곧 민족의 명절 한가위다. 한가위 추석은 한여름 땀 흘려 농사지은 그 대가를 자신과 가족 뿐 아니라 나보다 못 사는 이웃들과도 더불어 나눈 아름다운 세시풍속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런데 이마저도 점점 세파에 밀려 아예 이웃의 개념조차 생소하게 변해가는 모습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정치권이 저모양이라 기대할 게 없다면 한국교회만이라도 이웃을 위해 가슴을 열고 진정으로 선한 사마리아 정신을 실천하는 절기로 삼으면 어떨까.

특히 9월 추석을 전후해 총회를 개최하는 대다수 장로교단들이 자기 교단만의 진영논리에 빠져 전체 한국교회를 도외시하고 나라와 민족을 잊어버리는 우를 범치 말기를 바란다. 아무리 심한 흉년이 들어도 가난한 이웃을 위해 곳간을 활짝 열었던 양심적인 부자들처럼 교회도 일회성 겉치레 구제가 아니라 성과 속을 나눈 높은 담부터 헐고 이웃의 필요를 나누는 일에 적극 나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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