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인 찬 목사

최근의 경기도 도의회가 결의한 성 평등조례, 군대 폭행사망사건과 지휘관의 여성장교성폭행 사건, 그리고 사리에 밝아 이 시대와 부조리를 청량음료처럼 냉철하게 지적하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였던 법무부장관의 부인과 딸 그리고 기득권자의 부패함 등은 ‘국격(國格)’이란 말을 꺼내기조차 어렵게 한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자살률, 이혼율, 그리고 교통사고 사망률은 최고 수준이다. 또 세계인이 꼽은 이민 가고 싶은 나라를 놓고 갤럽이 조사한 ‘잠재 순이민 지수’(PNMI)를 보면 -8%로 파키스탄과 더불어 공동 50위이다. -8%의 의미는 ‘한국에 이민 와서 살고 싶은 외국인보다, 다른 나라에 이민 가서 살고 싶은 한국인이 훨씬 많다’는 말이 된다.

참담하지만, 국가의 품격인 국격에 대한 논의와 성찰이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격은 한 나라의 정부나 시민들이 갖추고, 지켜야 할 예의를 이르는 말로 기본적으로 서로에 대한 ‘신뢰’를 필수로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빈부의 양극화와 사상적 대립을 비롯한 각종 문제가 많지만 가장 심각한 것이 상호간의 ‘불신’이다. 국회와 청와대, 여(與)와 야(野), 보수와 진보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국민은 정부를, 정부는 국민을 신뢰하지 않는듯해 보인다.

진보단체나 좌파 성향의 인사들이 무차별적으로 보내는 영상이나 글들은 태극기부대로 대변되는 인사들이나 단체들을 이 땅에서 사라져야할 구악들로 여기고, 그들에 대한 폄하가 극단에 있고, 보수성향의 정치인들을 포함한 사람들이나 단체들은 현 정권을 비롯한 진보 혹은 좌파적(?)인 세력 또는 인사들을 공산주의자들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리 대한민국을 북한 공산정권의 하수(下手)나 또는 공산화하려는 세력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본다.

제3또는 5공화국 때 극단을 치닫던 영호남간의 지역 간 갈등에 이제는 색을 덧입혀 대립하므로 남북 간에, 우리 내부의 이념 간의 대립이 극을 치달아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여유 있는 사회, 피벗 코드(Pivot Chord : 공통화음)가 흐르는 사회가 국가의 품격을 높여준다.

정부와 정치권은 보편성과 공정성을 담보로 할 때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고, 국민의 생각을 통합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는데 우리나라 정부들은 독식과 대립을 즐기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한국의 지성 이어령 선생은 국격을 높이려면 “우선은 우리 안의 ‘천격(賤格)’을 걷어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바가 있다.

천격의 대표적인 것이 천박하고 저속한 말일 것이고, 우리 땅에서 그 천박한 말의 생산 공장은 국회요 정당이 아닐까 싶다.

천박(淺薄)함이란 학문이나 생각 따위가 얕거나, 말이나 행동 따위가 상스러움을 일컫는다.

서로의 믿음과 품격 있는 개인의 인격과 습관이 국력을 키우고, 국격을 높이는 일이 되는 것을 국회와 정당들을 보며 지식으로 배우고, 지위의 높음으로 알 수 있는 일이 아닌 듯하다.

결여가 때로는 성취의 동기가 되기도 하지만 천박함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부와 지위는 사람의 귀천을 결정하지 못한다. 타고난 성정이 있겠지만 정신의 고귀함과 천박함, 우아함과 상스러움을 가르는 건 결국 스스로의 마음가짐과 가치관이다. 그 바탕엔 늘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자리한다. 품위는 바로 거기서 시작된다. 무엇이 존중이고 배려인지도 모르는 자존감 낮은 이들이 제 잘난 맛에 활개 치는 세상, 그런 얄팍한 사람들이 자기 잘난 맛에 설치는 것을 방임하는 세상은 역시 품격이 없다.
물론 품격은 말보다 행동으로 드러날 때 더욱 진실 되다.

백범 김구 선생님은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라는 글에서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의 부력(富力-경제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높은 시민의식과 문화 수준, 욕망을 자제하고 더불어 사는 정신, 패권주의가 아닌 세계 시민주의 그리고 국가의 공정성이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국격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의왕중앙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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