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사회 갈등이 점점 국민 분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들어 광화문과 서초동 검찰청 앞 대로에서 서로 다른 주장의 대규모 집회가 연이어 열리고 점점 더 격화되면서 우리 사회가 정말 어디로 가고 있는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갈등과 대립은 화합과 통합의 정치로만 치유할 수 있다. 그런데 제도의 정치를 통해 문제가 해소되기는커녕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민의의 장인 국회에서 이루어져야 할 정상적인 정치의 기능을 거리 정치, 광장 정치가 대신한다면 이는 우리 사회가 그만큼 병들어가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자유 민주주의 체제에서 이념이나 생각의 차이는 오히려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도 있다. 그런 다양성과 다원성이 민주주의가 지닌 장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열과 갈등이 과연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표현의 발로라고 누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는가. 오늘의 상황이 심각한 것은 소아병적인 진영논리가 아닌 국민의 눈높이와 목소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였더라면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점점 더 많은 국민들이 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 오늘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그런 대통령에게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 선거에서 받은 투표율보다 더 전폭적인 지지와 찬사를 보냈다.

그런 대통령이 자신의 인사권을 둘러싼 찬반 집회가 연일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쪽에 대해서는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망 표출”이라고 높게 평가한 반면 보수권 집회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인식은 주말과 공휴일에 수십 수백 만 명의 군중이 결집해 완전히 상반된 구호를 외치는데도 분열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참으로 일반 국민들이 헤아리기 힘든 지경에 다다르고 있다.

그런데 더 심각한 쪽은 나라가 두 쪽이 나든 말든 무사태평인 한국교회가 아닌가 싶다. 경제 외교 국방이 흔들리고 국민이 분열하는 와중에 치른 9월 장로교단 총회에서 현 시국에 대한 제대로 된 성명서조차 눈에 띄지 않는다. 그만큼 한국교회가 현실 정치와 동떨어져 있거나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에 앞서 암담하기까지 하다. 그나마 통합이 폐회 직전에 채택한 시국성명서를 보니 장황하게 나열한 수사에 비해 내용이나 방향성에서는 맹탕 수준이어서 실망스럽다.

이 땅에 6만여 교회, 1천만 성도들이 다 들고 일어나 거리로, 광장으로 쏟아져 나와 “조국 반대” 또는 “조국 수호”의 목소리를 외쳐야 한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광화문에서 보수권 시국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한기총이나, 오산리기도원 등지에서 나라와 민족을 위한 시국기도회를 연속 개최하고 있는 한교연은 그나마 오늘의 대한민국이 당면한 위기상황에 대한 한국교회 나름의 몸부림이라고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합동과 통합, 기감 등 보수 진보를 망라한 주요 교단들이 새롭게 주도해 결성한 거대 연합기관이 오늘의 현실에서 과연 한국교회의 목소리를 바르고 힘있게 정부와 사회에 전달하는 역할을 옳게 수행하고 있는지, 또한 사회 통합과 교회 연합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언젠가는 제대로 평가할 날이 오지 않겠는가.

연합기관조차 대교단의 입맛대로 분열하면서 시대와 사회 앞에 선지자적 양심으로 당당히 서야 할 한국교회의 설 자리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지만 민주주의의 근간인 정의와 공정이 무너지는 현실 앞에서 극한 대립과 국민 분열로 치닫고 있는 데도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한다면 이 땅에 존립해야 할 명분과 근거를 도대체 어디서 찾는단 말인가.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