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보연 교수.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도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마태복음 22:37-39)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계명은 첫째는 하나님을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라는 것이며, 둘째는 우리 이웃을 나의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것이다. 단순히 이웃을 사랑하는 수준을 넘어서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부분을 보면, 이웃사랑 실천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다.

과거 우리 사회는 이웃사랑 실천의 문화가 삶의 전반에 깔려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문안을 여쭙고, 동네 어르신들을 보면 “잘 주무셨는지요?”, “식사는 하셨는지요?”, “어디 불편한데는 없으신지요?” 등 주변 이웃들과의 소통이 잘 되어 있었다. 혹여나 누군가 보이지 않으면 걱정이 되어 집으로 찾아가 근황을 살피는 등 오죽하면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족처럼 이웃을 아끼고 살폈다.

하지만 작금의 사회는 철저히 개인주의로 점철되어 더 이상 이웃들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사회 전반에 ‘혼밥’, ‘혼술’ 등 혼자 살아가는 문화가 팽배해져 있으며,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하리만큼 옆집에 누가 살아가는지 알지도 못하며, 알려고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혹시나 옆집에서 자신의 집 초인종을 누르면, 기겁하며 두려움에 떨기까지 한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오늘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러한 세태를 잘 보여주는 사건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6일 경기도 양주에서는 50대 아버지와 아들 2명이 주차된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0분께 경기 양주시 장흥면의 한 고가다리 아래 주차된 차량에서 A씨(57)와 6세, 4세 아들 2명 등 일가족 3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타살 혐의점은 없었으며, 차량 조수석에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있었다. 경찰은 A씨가 최근 친척들에게 보낸 ‘미안하다’ 등의 문자 등을 토대로 생활고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3일에도 서울 성북구에서 다가구 주택에서 70대 여성과 40대 여성 딸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힘들었다. 하늘나라로 간다”는 등의 생활고를 토로하는 내용이 담긴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참으로 안타깝고 눈물이 앞을 가리는 일이다. 누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단 말인가. 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인을 보내고, 또 얼마나 많은 도움을 요청했을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그들에게 이웃이란 무엇이었을까. 그들이 보낸 작은 도움의 요청의 신호를 왜 못 알아차리고, 안타까운 생명을 앗아가게 만들었단 말인가. 분명한 것은 그들을 죽음으로 내 몬 것은 물질만능주의와 개인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이 사회다. 또 이웃과 더불어 살기를 포기하고, 오직 자신의 삶만을 영위하려는 우리들 자신이다. 1등만 중요시하고, 나머지는 모두 패배자로 몰아버리는 이 안타까운 세상이 만들어낸 정의롭지 못한 단두대에 처형당한 것이다.

앞서 A씨가 친지들에게 보낸 ‘미안하다’는 말은 오히려 우리들이 건네야 한다. 그렇게 힘든데 옆에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동행하지 못해 미안하고, 손을 잡아주지 못해 미안하고, 같이 눈물 흘려주지 못해 미안하고, 고통을 분담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해야 한다. 그들이 단순 생활고로만 힘들었다고 보긴 힘들다. 어찌 보면 그들에게는 이웃들의 진심어린 관심과 사랑이 필요했을지 모른다.

이제 2019년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매서운 겨울을 앞둔 시점에 우리들은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들을 향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대로 대한민국에 다시 한 번 ‘이웃사촌’의 문화가 확산되길 기대해 본다.

굿-패밀리 대표•개신대 상담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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