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노래
그냥 부딪치고 싶었다
오가는 길목에서 나를 알고 싶었다
깨어나는 영혼과
늘푸른 바다와
솟아오르는 물줄기 앞에 외롭지 않았다
맑은 눈빛 따라 바라보는 일상
가을 바다에 포근히 안겨
늘 머물고 싶은 삶 한 자락
가을은
푸른 바다를 머리에 이고
온 산과 마음을 물들이고 있다
내어놓은 숨결 하늘 높이 솟구치고
늘 분주한 삶 속으로
열려진 기도의 문, 말씀의 꽃이 핀다
-『창조문예』 2019년 10월호에서
*임승천 시인: 『심상』 등단(1985) 시집 『하얀 입김으로』 , 『밤비들기의 눈』 등 다수.
한국기독교문학상, 월간문학상. 한국기독교문인협회 이사장 역임
예시의 시제는 가을이다. 여기서 가을은 단지 사계절 중 하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가을이라는 이미지를 변용(變容. 얼굴 바꾸기)해서 사용하고 있다.
첫 연에서부터 그런 함축적 진술을 알게 해준다. 봄이나 여름과 같은 젊은 시절의 삶을 보여준다. 그런 계절은 자아를 깨달을 수 있는 시절이다.
2연에서는 영혼이 깨어나듯 새로운 인식의 세계로의 나아간 시절인, 푸른 바다와 같은 삶의 현장을 보여주고 있다. ‘솟아오르는 물줄기’는 도전적 삶의 현장 모습을 잘 보여준다.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담대했던 모습을 보여준다.
3연에서 그 원인이나 이유가 4연까지 이어진다. 화자의 맑은 눈빛에 의한 세계관과 인생관 즉 신앙의 긍정적 해석이다.
마지막 연에서 우주적 존재에 대한 자세 즉 본질적인 신앙을 삶의 가을 이미지로 그려주고 있다. 솟구치는 숨결이 바로 도전적인 신앙 모습이다. 분주한 일상생활에서 기도와 말씀의 신앙생활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신앙인의 정서를 결실과 성숙의 계절로 연결하고 있다.
이 작품처럼 좋은 시란 시어 속에 내재된 함축성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을 알게 해준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