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행복해질 권리가 있고, 사람답게 살 권리가 있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고된 삶에 자신의 몸을 돌보는 것조차 사치로 여길 정도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자식에게 외면당해 어쩔 수 없이 홀로 살아야 하거나, 돌볼 가족이 없어 혼자 지내는 독거노인들, 말 못할 형편으로 거리를 떠도는 부랑자와 노숙인들에게 닥쳐올 겨울은 너무나 혹독한 계절이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 세계적인 고도 경제 발전의 상징과도 같은 이 거대하고 화려한 도시 곳곳에는 재개발의 그늘에 내몰려 언제 쫒겨나게 될지도 모른 채 불안하고 불편한 쪽방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독거노인들이 상상 이상으로 많다. 그들의 지나온 삶이 어떠했는지는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깊게 패인 주름과 구부러진 허리가 잘 말해준다. 그러나 그들은 불편한 거동에도 폐지를 줍거나 고물을 모아 파는 일을 하루도 거를 수가 없다. 자식이 돌보지 않는데도 호적상 자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적으로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노인 5명중 한명이 독거노인이다. 통계청 2017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독거노인 가구 수는 147만 가구를 돌파, 1인가구가 최다가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40년에 이르면 현재 독거노인은 지금보다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여 급속한 고령화 속도에 맞춰 독거노인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관악구 봉천동 임대아파트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탈북민 한성옥 씨 모자 아사(餓死)사건은 온 국민에게 충격을 주었다. 두 모자의 죽음은 수도 요금을 몇 달째 못내 단수조치를 당하고도 아무 소식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수도검침원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은 발견 당시 한 씨 집에 기본적인 식료품이 전혀 없고 통장 잔고도 0인 정황으로 미뤄, 굶어죽은 것으로 추정했다. 죽은 한 씨는 월 최저금액으로 책정된 건강보험료 1만3000원을 17개월간 내지 못했고, 13평짜리 임대아파트 월세 9만원과 공과금은 1년 가까이 미납 상태였다.

문재인 정부의 복지 분야 핵심 국정과제는 '국민 기본생활 보장'이다. 하지만 영양실조 사망자나 생활고를 비관한 자살이 속출하는 등 복지 사각지대는 오히려 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통계청의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영양실조에 따른 사망자는 지난 2년간 연평균 100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하거나 굶어 죽는 사람은 외환위기 직후에 급격히 늘었으나 이후 60명 수준에 머물다 최근들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때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복지 사각지대를 완전히 없앨 것을 국민 앞에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증평 모녀 사건, 7월 서울 관악구 탈북 모자 사건 등 생활고로 굶어죽거나 자살하는 사건은 이 정부에서도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얼마 전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성북구 네 모녀는 2016년에 만들어진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 관리 시스템'에 4년간 단 한 차례도 감지되지 않을 정도로 허술함이 드러났다.

정부가 표방하는 포용 국가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먼저 다가가는 선제적 복지보다 사후 땜질식 복지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막대한 세금을 복지사각지대에 쏟아 붓고 있으나 실제 피부에 와 닿는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11월 셋째 주일은 한국교회가 지키는 추수감사주일이다. 한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그 수확을 하나님께 감사하는 추수감사절은 도시화된 오늘날 살아온 한해에 대해 감사하는 절기로 의미가 바뀐지 오래다. 그런데 그 감사는 단지 교회에 절기헌금을 드리는 것으로 끝나선 안된다. 오히려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가난하고 병든 이웃에게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은 소자를 대접한 것이 곧 나를 대접한 ”것이라 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소외된 이웃을 먼저 찾아가는 교회와 성도들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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