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길

… 춥지만, 우리
이제
절망을 희망으로 색칠하기
한참을 돌아오는 길에는
채소 파는 아줌마에게
이렇게 물어보기

희망 한 단에 얼마예요?

▲ 문 현 미 시인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다가올 새 길을 묵상하는 12월이다. 또한 영혼 구원을 위해 구유에서 태어나신 예수님을 기대하고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한 해의 마지막 달, 믿음의 눈으로 돌아보고 바라보면 모든 것이 기쁨이고 감사하다. 하지만 세상 추위에 떨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견디기 힘든 고통스런 순간의 연속일 수 있다. 고통도 지나고 보면 축복의 통로라고 한 어느 목회자의 말씀이 떠 오른다.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중요한 걸 알고 있지만 어려움에 처하면 그렇게 생각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시인은 시의 첫 행, 처음부터 말줄임표로 시작함으로써 주목을 환기한다. 시적 화자는 날씨도 추운데 마음마저 얼어 붙은 현실에 직면해 있는 ‘우리’에게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를 바란다. 이에 강력한 구호나 적극적인 동참을 요구하기보다 ‘절망을 희망으로 색칠하기’라는 해법을 제시한다. 구체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고요하면서도 단단한 극복 의지가 배어 있다. ‘한참을 돌아오는 길’에 난전에서 채소를 파는 아줌마를 만난다. 여기서 ‘희망 한 단에 얼마예요?’라는 참신한 발상으로 시의 묘미가 한층 배가된다.

비록 푸성귀를 팔아서 생계를 이어가는 필부라 할지라도 자신의 일이 희망을 팔고 있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신바람이 날까. 이 시는 형식적 측면에서 익숙함을 거부하는 낯설게 하기가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즉 말줄임표로 시작하여 물음표로 끝나는 시적 구조로 인하여 긴장미를 견지한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구체적 방법은 살면서 체득해 가면 되는 것이다. 짧지만 울림이 있는 좋은 시로 인해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된다. 응달에서 따뜻한 햇살을 기다리는 분들이 계신다. 희망 한 단을 직접 전하는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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