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서영 목사.

민족 명절인 설날을 맞아 대국민 이동이 예상되고 있다. 차량의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귀성길 혼잡이 불 보듯 뻔하다. 그래도 모처럼 만날 가족들을 생각하면 잠시 어렵고 힘든 상황은 금세 잊어버린다. 한국교회 성도들도 예외는 아니다.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과 친지,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설렘과 기대로 가득하다. 명절은 모두가 기다리고 모두가 행복한 날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모두가 즐거워해야할 명절이 자칫 가족 간 종교다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아무래도 민족전통 명절이다 보니 차례상을 차리고, 절을 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일어난다. 교회에 다니는 가족 구성원이 절을 하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다툼이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가족구성원은 “모처럼 가족들끼리 모였는데, 절 한 번 하면 되지 않느냐”고 따져 묻고, 교회를 다니는 가족구성원은 “결코 절을 할 수 없다”고 맞선다. 그 과정에서 언성도 높아지고, 급기야 서로 얼굴을 붉히기 까지 한다.

이럴 땐 사전에 충분히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단지 교회에 다니니까 절을 할 수 없다고 으름장만을 놓는다면 다툼은 피할 수 없다. 서로 기분이 상하지 않는 선에서 “절을 하는 대신 추도 기도를 하겠다”고 하든지 얼마든지 방법이 있다. 더욱이 믿는 사람이라면 굳이 언성을 높이거나 얼굴을 붉혀서는 안된다. 해마다 명절 때마다 자신의 입장을 조리 있고, 슬기롭게 이해시킨다면 종교간 다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민족 명절이 주일과 겹쳐 있을 때다. 당장 이번 설날도 토요일이 설날이고 다음날은 주일이다. 짧은 명절 연휴로 인해 오고가는 시간을 빼면 설날 당일과 다음날, 이틀 정도만 여유가 있다. 그런데 주일이라는 이유로 모처럼 가족들과의 만남도 뒤로한 채 부랴부랴 귀경길에 오른다. 가족들과의 해후는 다음으로 기약하고 만다. 1년에 한 두 번 보는 기회마저도 쉽게 포기한다.

물론 가족들과의 헤어짐을 반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소속 교회에서 주일을 성수하지 않는 것은 더욱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안타까운 것은 작금의 한국교회 대부분이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심지어 몇몇 교회는 명절날 특별 기도회나 프로그램을 잡아 아예 고향방문의 기회마저도 박탈하는 곳도 있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방법은 도시교회와 농촌교회의 상생을 가로막는 최악의 방법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그 해답은 어디에 있을까. 바로 해마다 공교회성 회복 운동의 일환으로 도시교회와 농촌교회의 상생을 위해 애쓰고 있는 미래목회포럼의 ‘고향교회 방문 캠페인’에 있다. 1년에 두 번 있는 명절날 주일성수는 고향교회에서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귀성한 교인들이 고향교회의 공 예배에 참석해 목사님께 감사인사를 드리고, 헌금을 하면 된다. 이는 농어촌교회에 대한 관심의 증폭효과뿐 아니라, 고향교회 목회자들을 격려하고 지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도시교회에서도 명절에는 셔틀 차량운행을 중단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고향교회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교인들의 동참을 요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국교회의 위기는 한국교회 모판이 잘 살아야 극복할 수 있다. 그 모판이 바로 우리 농어촌교회다. 따라서 도시교회는 농어촌교회가 부흥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과 격려를 해야 하고, 농어촌교회도 도시교회를 모델삼아 주님의 몸 된 교회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2020년 민족명절인 설날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으로 모든 가정이 다툼이 없고 화목하길 기대하며, 도시교회든, 농어촌교회든 든든히 서가는 교회가 되길 소망한다.

예장 합동개혁 총회장•본지 상임논설위원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