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탁기 목사.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세계의 관심 속에서 치러졌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유례없는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인데도, 66.2%라는 놀라운 투표율을 기록했다. 결과는 선거 막판 막말 논란까지 불거져 곤욕을 치른 야당의 참패로 끝이 났다. 유권자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것이 마비되어 버린 시국에 그래도 현 정부를 믿어보겠다는 의지를 표심으로 보여줬다. 더불어민주와 더불어시민이 합해 180석, 미래통합과 미래한국이 합해 103석이 나온 것만 봐도 민심의 향방은 쉽게 알 수 있다.

우선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투표에 참여한 국민들에게 ‘수고했다’고 말하고 쉽다. 또 국민의 선택을 받은 당선자에게는 축하의 말을, 아깝게 탈락의 고배를 마신 후보자에게는 격려의 말을 전한다. 제발 이제는 ‘동물국회’라는 오명을 씻고, 국민을 위해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길 요청한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겠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초 위기에 처한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여야가 힘을 합해 나아갔으면 좋겠다.

사실 투표 결과에 따라 민심을 알았지만, 한편으로는 거대 집권여당의 탄생으로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자칫 과반석을 넘긴 거대 정당으로 인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야당쪽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다행히 개헌 저지선을 지켰다고 하지만,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거대 집권여당이 독불장군(?)이 아니길 바래야만 하는 처지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국민들이 집권 여당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데에는, 단순히 거대 집권 여당으로 맘대로 정권을 휘두르라는 것이 아니다. 유례없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 현 정부의 코로나 대응체제가 유지되어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바라는 마음이다. 한시라도 빨리 이 코로나 정국 속에서 벗어나고픈 국민들의 염원이자, 바람이다.

따라서 집권 여당은 승리에 도취되어 V자를 그리기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국민들의 바람대로 모든 것이 마비되어 버린 코로나 사태 해결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야 한다. 당장 국민들의 생계 위협을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바닥으로 곤두박질한 실물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국민들이 믿고 신뢰할 수 있도록 책임감 있는 행동이 필요한 때이다. 마찬가지로 야당도 이번 선거 결과를 반면교사로 삼아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길 바란다. 특히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기 보다는 국민의 권리와 이익이 우선되기 위한 대인배적인 자세로 여당과 합력하길 소망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민심의 바람은 쉽게 돌아올 리 만무하다.

더불어 이번 선거 결과에서 보여주듯이 지역감정의 골은 여전하다. 동쪽이 붉은 색으로, 서쪽이 푸른색으로 물든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만큼 남북 갈등의 이면에 남남갈등이 심하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동서의 갈등은 결코 대한민국을 하나의 강국으로 만들기 힘들다. 때문에 여야는 이번 선거 결과를 겸허히 수렴해 더 이상 국민들 간의 갈등이 격해지지 않도록, ‘나’와 ‘내’가 아닌, ‘우리’라는 인식의 정책을 펼쳐나가길 원한다. 남남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선, 미래 한국의 동력이 될 남북통일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끝으로 안타깝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기독교정치세력화는 이루지 못했다. 매번 선거 때마다 가능성을 보여줬기에 기대도 됐지만, 기독교인이 1200만이라는 것이 무색하리만큼, 불과 50여만 표를 얻는데 그쳤다.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어버린 선거였다. 확실한 것은 하나님을 표방한 기독교 정당이지만 기독교인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사회적 정치적 논리가 결코 하나님 위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본다. 반대로 하나님을 저버리면 아무리 정치적 논리에 우위를 점하더라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대목이다. 어찌 됐든 기독교 정당이 다시 한 번 도전을 하게 된다면, 정치적 이념을 앞세우기 보다는 하나님의 참된 복음의 진리가 앞서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그리스도교회협 증경회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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