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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호(1948∼)의 '배꽃 동산'(평설 문현미 시인)
문현미 시인  |  webmaster@c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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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19  10: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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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꽃 동산

달빛이 환한
배꽃 동산
거짓말도 비밀도 다 아름다운
세상 너머 세상
배꽃 동산

   
▲ 문 현 미 시인
벚꽃이 만개한지 엊그제 같은데 하염없이 꽃잎은 떨어져 꽃가지 사이 머물렀던 마음 한 켠이 허전해진다. 그런데 마침 하얀 배꽃이 피어나니 다시 마음밭이 환해진다. 거짓 없는 자연의 변화를 묵상하는 때, 보이지 않는 손길의 큰 힘에 감탄을 하게 된다. 겨울에는 눈이 내리지만 봄에는 배꽃 눈송이가 그득한 것을. 어둠이 서서히 내리고 난 뒤 달빛 그윽한 밤에 배꽃이 피어 있는 풍경을 상상해 본다. 하늘에는 별꽃이 반짝이고 땅에는 하얀 별들이 나뭇가지에 오종종히 매달려 있다. 비록 배꽃 피는 곳에 못 가보더라도 어느 새 아름다운 동산에 가 있는 듯하다.

최동호 시인의 눈은 지금 배꽃 동산을 바라보고 있다. 시인의 눈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보는 것을 넘어, 자연 그 너머 초월의 세계에 가 닿아 있다.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조각으로 익히 알려진 프랑스 조각가 로댕은 작품에 생명과 감정을 불어 넣어 예술에 자율성을 고취시켰다. 그는 영원한 진실은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과 “성실”이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최시인은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의 눈으로 배꽃 동산에 내재되어 있는 내면적 진실을 캐 낸 것이다.

이 시는 1연 5행의 짧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떤 화려한 미학적 장치가 없다. 그저 달빛 환한 밤과 배꽃 동산이 묘사되어 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시행은 “거짓말도 비밀도 다 아름다운”과 “세상 너머 세상”이다. 창조주의 섭리로 이루어진 순수한 자연 앞에서 시인의 통찰력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배꽃과 달빛이 만난 눈부신 서정의 순간은 거짓도, 비밀도, 그 모든 것을 포용하는 절대적 아름다움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바로 이때 시인은 자연과의 합일을 통해 평정과 고요 속에서 풍경 너머 비의의 세계를 발견하는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배꽃의 꽃말이 위로, 위안이다. 감정이 극도로 절제된 좋은 시를 읽으며 어수선한 마음이 편안해진다. 배꽃 마을 순백의 아름다움과 배꽃을 피우시고 달빛을 내리시는 한 분의 손길을 어렴풋이 느끼는 기쁨이 밀려온다. 꽃 지고 나면 긴 인내의 시간 뒤에 둥근 열매 풍성하리라.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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