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총에 더는 정치 목사가 배출되어서는 안된다고 촉구하고 나선 한기총 비대위 엄기호 목사, 김정환 목사, 김윤수 목사(왼쪽부터).

법원이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에 대해 직무집행 정지 판결을 내린 가운데,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엄기호 목사, 서 기 김정환 목사•이하 비대위)가 “한기총에서 더는 정치 목사가 배출되거나 틈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비대위는 21일 오전 한국기독교연합회관 15층 한기총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자처, 재판부의 전 대표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을 적극 환영하고, 한기총 파행으로 인해 상처 입은 국민과 기독교인들에게는 심심한 사과의 뜻도 전달했다.

앞서 비대위는 올해 2월 28일 한기총 제31차 총회의 불법성을 들어 총회 무효 및 대표회장 직무정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지방법원 제51민사부는 절차상의 하자 등을 이유로 전 목사의 대표회장직무정지가처분 인용을 지난 18일 결정한 바 있다.

당초 한기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지만, 비대위가 약속한 오전 11시 한기총 출입구는 굳게 닫혀 있어 진입하지 못했다. 결국 닫힌 한기총 사무실 문 앞에 선 엄기호 목사와 김정환 목사 등 비대위 관계자들은 그동안 억울한 심경을 토로하는 한편, 전 대표회장을 향한 날선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비대위는 전광훈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선출된 2019년 1월 29일을 ‘한국기독교 역사에서 흑역사로 기록될 날’이라는 등 강도 높은 비판도 서슴없이 내뱉고, 일관적으로 ‘전광훈 목사’ 대신 ‘전광훈’ 혹은 ‘전광훈씨’라고 지칭하며 전 목사의 그동안 정치 목사로서의 행적에 대해 강력 비판했다.

▲ 성명을 낭독하고 있는 김정환 목사(왼쪽)

이들은 “(전 목사가) 2019년 6월 5일 제1차 시국선언을 하며, 정치참여를 공식화했고, 2019년 8월 6일 제2차 시국선언으로 교인들을 미혹시켰다. 기독교인과 국민의 애국심을 이용해 거짓 선동으로 광화문으로 내몰았고, 사회 혼란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또 “차마 기독인으로서는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각종 막말과 거짓말로 자신의 정치적 세를 확산해 갔다. 현 정부와의 대결 구도를 강화하면서 화합에 걸림돌이 됐고, 탈 기독교 현상을 부채질하는 기폭제가 됐다. 전혀 기독교 정신과 무관한 선동질로 끼친 해악이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특히 전 목사의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는 유명한 발언을 두고서도 “경거망동은 하늘을 찌를 기세다. 이 망언은 두고두고 한국기독교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전광훈 씨의 망동의 원인은 지금껏 구태와 불법으로 찌들었던 한기총에도 잘못이 있음을 깊이 뉘우치며 금번 한기총 사태를 계기로 한기총이 다시 거듭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비대위는 △한기총이 본래의 설립 목적에 부합하도록 현재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19 팬더믹 상황에서 고통 받는 이들을 위로하고 기도할 것 △한기총에서 더는 정치 목사가 배출되거나 틈타지 않도록 힘쓸 것 △국민과 이웃의 화합을 위해 힘쓸 것 △보수와 진보의 갈등, 지역갈등, 양극화에 반목하지 않고, 예수님의 마음으로 국민을 섬겨나갈 것 등을 촉구했다.

한편 전광훈 목사의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이 떨어짐에 따라, 본안 소송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의 기간이 짧지 않아 공석이 된 한기총 대표회장 자리는 과거에도 그랬듯이 목회자가 아닌 변호사가 직무대행자로 올 공산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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