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 혐의, 일광그룹 이규태 회장’이란 자극적인 제목의 언론보도가 연일 도배되며 세간을 시끄럽게 했던 일이 있다.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죄’다. 하지만 이미 TV, 신문, 각종 인터넷 매체 등에서 앵무새처럼 외쳤던 ‘방산비리 혐의’란 꼬리표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무죄’라는 판결이 났음에도 사람들의 관심은 ‘무죄’보다, ‘방산비리’에 초점이 맞춰졌다. ‘아니면 말고’의 전형적 피해자인 셈이다.

마찬가지로 이 회장은 지금의 본교회, 교회당이 화재로 전소되어 막막한 상황에서 교회건축위원장을 맡아 130억 원에 이르는 건축비를 감당하기 위해 사재를 털어 30억 원을 헌금하고, 그럼에도 건축비가 모자라자 개인 회사 돈 80억 원을 이자도 없이 빌려준 것이 빌미가 되어 횡령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일이 있다. 이는 어디까지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위한 헌신에 대한 몰이해에서 빚어진 참극이다. 하나님을 향한, 교회를 향한 무한한 사랑을 사회적 척도에 무리하게 맞추다 보니 ‘나눔과 섬김’임에도, ‘횡령과 배임’으로 몰고 간 것이다.

최근 성북동 자택에서 만난 일광그룹 이규태 회장. 백발이 성한 노신사라기에는 눈매가 살아있다. 숱한 역경과 풍파를 견뎌낸 용사의 눈빛이다. 온갖 조세 포탈 등 각종 의혹에 시달리고, 지금도 물어뜯기고 있지만 사람에 대한 원망보다는, 하나님의 영광을 가린 것 같은 송구스러운 마음뿐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자신이 속한 교회가 대서특필됨에 따라, 마치 교회가 온갖 비리의 온상인 마냥 비춰졌기 때문이다. 잿더미에 앉은 교회를 능력껏 도운 것이 문제라니,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교회를 향한 무한한 사랑의 개념도 분명치 않은 이들이 내린 법리적인 판결뿐이란 것이다.

이 회장은 “2010년경 횡령죄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것은 주식회사 일광공영의 대표이자 1인 주주로서 교회에 기부금을 주고 돈을 빌려줬다는 것이 법률적으로는 회사 돈을 횡령했고,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며, “결과적으로는 사리사욕 목적으로 돈을 개인 착복한 것이 아닌 것으로 집행유예를 받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5년 경 방위사업사건 비리 의혹으로 구속됐으나 무죄판결이 날 가능성이 높아지자 검찰에서 2010년 경 횡령사건과 관련해 횡령이나 배임액 상당을 계열회사 돈으로 지급했다는 점을 들어 다시 처벌했던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횡령’이라는 무시무시한 말이 들어가서 마치 큰 죄라도 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타인의 돈도 아닌 개인 돈으로 교회에 기부했는데 ‘횡령’이 되어 버린 것이다. 실질적으로 일광공영의 대표이자 1인 주주로서 충분히 할 수 있었던 일인데도, 법률적으로는 통하지 않은 모양새다. 더욱이 피해보상이라 함은 누군가 피해자가 있거나 고소고발자가 있어야 하는데, 이마저도 없는데 처벌을 받은 것은 법리적 판단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 회장이 갖은 고초를 겪는 동안 사회적 시선은 물론, 교회 내부적으로도 불편한 시각을 감수해야 했다. 언론에 비춰진 진실이 아닌 보도에 차츰 의혹의 눈빛을 보이는 경우가 있었고, 악의적인 교인들은 그것을 이용하고, 그동안 여러 가지로 헌신했던 모습들조차 부정적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심지어 자신들의 가치관으로 판단해 교회를 ‘자금세탁’의 도구로 활용했다는 입에 담기 힘든 말까지 나왔다.

이 회장은 “바쁜 일정가운데에서도 시간과 돈을 들여 지켜낸 교회이기에 ‘내 교회’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사회적 시각은 ‘내 교회’라는 의미를 단지 ‘소유권’으로만 해석한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건축을 위해 기부를 하고 해도 법적으로도 ‘당신교회니까 그렇게 하지 않았는가’라고 소유권측면에서만 바라본다”며,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온순 하자고 다짐했다. 무엇보다 나 때문에 누군가의 눈에서 피눈물 나게 하지 말자고 실천해 왔다. 교회에 더 잘해보려다가 이렇게 됐는데, 법적으로 더 연구했어야 했나 보다”라고 탄식했다.

갖은 오해와 억측 속에서 최근 또다시 교비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이 회장은 “검찰에서 재판에 회부되지 않고 무혐의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더구나 ‘피의자 이00 등 15명 업무상 횡령, 업무상 횡령미수, 강요, 입찰방해 혐의에 대하여 기소의견으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수사기록 송치’라고 되어 있어 정확히 누구를 지목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 회장을 직접적으로 지목한 부분도 석연치 않다. 현재로서는 모두 의혹에 불과한 것인데, 기정사실화한 느낌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 25일 본교회 원로장로로 추대된 이 회장은 비록 교회에서 현역장로로는 은퇴하지만, 사회적 직책을 유지하며 신앙인으로서의 섬김의 사명은 결코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코로나로 어려움에 처한 작은교회의 목회자들에게 1,000만 원을 기부하고, 누구보다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에 힘써온 만큼 대학생 등 다음세대 6명에게 장학금 1,000만원을 전달하는 등 여느 원로장로 추대식과는 남달랐던 모습을 보여준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가 추대식에서 “그 어려운 사건을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고, 제 인생에서는 영광의 시간이었다. 아직도 해야 될 많은 일들이 교회 안팎에 있기에 보람 있게 저의 역량과 시간을 사용하면서 충실하게 역할을 감당할 것”이라고 밝힌 것만 봐도, 교회를 사랑하고, 이 땅의 소외된 이웃을 향한 애정이 얼마만큼 인지 짐작이 간다.

이 회장은 “나름대로 열심히 사회생활도 하고, 교회도 봉사하고, 교단이나 교계를 위해서 일했다. 다른 사람들에 시각으로 비춰지는 것 중요하지 않다. 그 자체가 나 혼자의 힘이 아니라, 은혜라고 생각한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건강과 경제적 여건이 된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내 자신이 지금까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영광스러운 일이었다”고 앞으로도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행보를 멈추지 않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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