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아내를 사랑할 때는 당신을 찾지 않습니다.
아내를 잃으니 하늘에 닿는 슬픔에 당신을 부릅니다.

▲ 문 현 미 시인

사람은 무언가에 몰두해 있거나 어떤 대상에 빠져 있을 때는 자신의 내면이 가득 차올라서 그것 외 다른 것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탐닉의 대상 혹은 사랑과 연민의 대상을 잃었을 때, 비탄에 빠지거나 절망감으로 인해 중심을 잃게 되곤 한다. 한동안 그런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매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절대자를 찾기도 한다. 특히 자신이든 가족이든 죽음의 그림자가 가까이 다가옴을 느끼면 인간의 유한성을 자각하고 전지전능하신 분의 존재를 깨닫게 된다.

시인은 직설적으로 시의 제목을 ‘하나님’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렇게 분명하게 하나님을 제목으로 정하고 완성된 시는 아주 드물다. 더 이상 해석이나 유추의 여지가 없는 제목이기에 독자의 상상력은 배제된다. 하지만 1연 2행으로 구성된 짧은 시를 읽으면서 제목은 명시적이지만 시의 본문은 구체성을 확보하면서도 시의 중요한 특징인 비유의 원리를 잘 적용하고 있음을 감지한다.

이 시는 아내를 잃은 슬픔이 시적 동기이자 시적 마무리이기도 하다. 앞과 뒤의 두 행을 대구법으로 배치함으로써 사랑할 때와 사랑을 잃었을 때의 상황이 확연히 대비된다. 시인이 직접 겪은 가슴 아픈 이별의 경험을 바탕으로 ‘당신’이라는 절대자를 찾게 되고 부르게 된다는 걸 진솔하게 토로함으로써 독자는 잊었던 소중한 진실 앞에 서게 된다. 그래서 언제 ‘당신’이라는 오직 한 분을 찾게 되느냐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시의 본문에서 ‘아내’는 화자의 아내이기도 하지만 나의 아내일 수도 있고 가족도 될 수가 있다. 혹은 진정 사랑하는 그 무엇일 수도 있겠다. 어떤 슬픔이 정말 슬픈 슬픔일까. 슬픔의 강도가 저마다 다르겠지만 시에서 표현된 대로 ‘하늘에 닿는 슬픔’이 가장 큰 슬픔,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슬픔이리라. 이 시는 지극히 단순한 시어들로 구성된 작품이다. 그러나 진리나 진실을 전하는 시에서는 미학적 수사를 되도록 배제하고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신중하게 배치함으로써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다. 담백한 좋은 시 한 편으로 인해 절대자이신 하나님 앞에 설 수 있는 귀한 기회를 갖게 된다.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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