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감리교, 성공회, 장로교 등 개신교와 천주교, 불교 등 종교계가 “대북정책 ‘대화와 관여’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제안서신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냈다.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을 미국 종교계가 대신해서 대북정책의 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근본주의에 갇혔던 미국교회가 이렇게 변화되고 있는데, 한국교회는 미국교회가 가져다가 준 근본주의 틀에 갇혀 좀처럼 변화되지 않고 있다는데 안타깝다.

미국 종교계는 이 서신에서 “기존의 대북정책인 ‘고립과 최대의 압박’ 전술을 ‘대화와 관여’로 전환해 북미관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요청했다. 남북한의 관계가 적대적으로 몰아가고 있는 오늘 한반도의 상황서 미국 종교계의 이 같은 행동에 한국 종교계는 환영하고 나서야 옳다. 오히려 한국의 종교계는 근본주의에 갇혀 남북한의 적대적 관계를 조성하며, 예수님의 평화(샬롬) 대신 로마 평화(팍스)를 외친다.

오늘 대한민국은 이념간의 갈등으로 인해 ‘좌파’, ‘좌경’, ‘빨갱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것은 남과 북으로 분단된 결과이다. 남과 북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은 이념논쟁과 국민간의 분열과 갈등, 다툼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 사실 대한민국의 국민은 남북한의 문제를 한반도에서 우리 스스로 논의하고 결정해 본 일이 없다. 해방이전부터 해방이후 지금까지 외세에 의해 한반도의 문제가 논의되고 결정되어 왔다.

오늘도 제주 4.3사건과 여순사건을 놓고 진영이 나누어져 논란을 벌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교회는 대한민국을 침략해 독립운동가와 양민을 학살하고, 이 땅의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몰아 총알받이로 강제 동원하고, 젊은 소녀들을 군 위안부로 끌고 간 일본에 대해서 용서하고 우방이라고 말하면서도, 북한에 대해서 수용하거나, 용서하지를 않는다. 그것은 분단이 가져온 결과이다. 또한 정치권은 해방이후 지금까지 남북한 분단을 철저하게 이용해 왔다.

남북한의 분단은 민주주의도 가로 막았고,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학생 및 지식인들을 빨갱이로 매도해 감옥에 넣었다. 그래서 1970년대 이후 생각 있는 민족주의자들은 민이 주도해서 남북한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도, 평화적인 민족통일도 묘연하다며, 통일운동에 앞장섰다. 이들 또한 좌경, 용공, 빨갱이, 간첩으로 몰려 투옥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한반도의 봄이 찾아오는 것 같았지만, 외세에 의해 한반도의 봄은 좌절되는 것은 아닌지. 국민 모두는 불안하다.

남북한이 적대적인 관계가 조성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삶에 지친 북한동포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이런 상황서 미국종교계의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대북정책 ‘관여와 대화’로의 전환 촉구 서신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은 마땅히 환영해야 한다. 이 서신은 북한 취약계층을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에 나설 수 있도록 전향적인 조치를 취할 것, 종전선언은 비핵화를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안전보장과 새로운 관계를 향한 필수적인 첫걸음이 될 것도 요구했다.

이밖에도 대북정책 검토에 있어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사안으로 △점진적이고 단계별 조치가 뒤 따르는 비핵화 △인도주의적 요구에 응할 수 있는 신뢰구축 조치 지원 △외교적 해결을 우선시하고 대규모 군사 훈련, 적대적인 언사 또는 관여 정책을 거부하는 것 등 외교적 관여를 복잡하게 만드는 행동을 피할 것 △한국의 관여정책을 저해하는 일방적인 행동을 피하고, 대신 평화적인 미래를 함께 결정할 수 있도록 한반도 주민들에게 힘을 실어줄 것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미국 종교계는 “우리는 적개심과 고립에 근거한 정책들의 실패를 교훈 삼아 위의 원칙들을 포용하는 것이 우리를 성공으로 이끌 것임을 믿는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지속적으로 증진하기를 기대하며 미국의 건설적인 대북 정책을 위해 우리들의 지지와 노력을 더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해외 교회들이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위해 일하고 있는 것과 관련, 한국교회와 종교계가 이를 응원하지는 못할망정, 방해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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