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순임 목사.
유순임 목사.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국민들의 피로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많은 제약이 뒤따르면서, 국민들의 정신적 건강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평소 쌓여있는 스트레스를 친구들을 만나거나, 여가생활을 하면서, 혹은 종교생활을 하면서 풀었던 사람들의 삶이 바뀌면서 정신적 피폐함을 풀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제대 풀지 못한 스트레스는 우울증으로 번졌고, 언제든지 폭발하기 일분전인 상황에 처했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국민 정신건강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1분기 실태조사의 결과를 보면 작금의 대한민국 국민들의 정신적 건강은 심각하다 못해 참혹하다. 이에 따르면 국민들의 우울 평균점수는 5.7점으로 20182.3점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우울 위험군 비율도 22.8%20183.8%에 비해 약 6배나 증가했다. 안타까운 것은 20-30대가 우울 평균점수(6.7)와 우울 위험군 비율(2030%, 3030.5%)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여성이 남성보다 모두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나라 전체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시점이다.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장기화는 소상공인들을 시름시름 앓게 만들었고, 고용시장의 위축은 젊은층에게 무기력감을 선사했다. 예배의 제약은 성도들에게 믿음의 목마름으로 나타났고, 안타깝지만 성도 이탈에까지 이르렀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나라 전체를 부정적인 굴레에 빠트리는 악순환을 자초했다.

문제는 그 누구도 나서서 우울증에 빠진 나라를 살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울증은 단순히 마음의 병이 아니다. 그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가벼운 병도 아니다. 육체적 고통보다 더 큰 정신적 고통을 불러오며, 급기야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일도 초래할 정도로 무서운 병이다. 그런데도 쉽게 여긴다. 특히 청소년들이나 젊은층들의 정신적 아픔을 그저 한낱 지나가는 기우로만 여겨 이들이 도움의 손길을 간절히 구하는데도 나몰라라 한다. 그들의 마지막 시그널도 알아차리지 못해 소중한 생명을 포기하게 만든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불합리한 세상에 그저 내몰리기만 한 가여운 청춘들인데, 그 피해는 그들이 고스란히 입고 있다.

국가가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나라가 부국강변의 길을 가겠는가. 더욱이 이 나라와 민족의 100년 역사를 다시 써갈 우리 청춘들이 앓고 있는데, 나라가 온전하겠는가. 아니다. 결코 100년 후를 내다볼 수 없다. 이제는 홀로 외롭게 어둠에 갇혀 세상에 나오지 못하는 청춘들을 위해 우리 어른들이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것이 자살공화국에 이은 우울증공화국에 처한 이 나라를 구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더 이상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불합리한 세상에 그들을 맞추려 하면 안 된다. 불합리한 세상을 합리적이며 공평하고 정의로운 세상으로 만들어 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청춘들이 땀 흘리면 일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그런 바른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 일확천금만을 노리는 꿈을 잃어버린 청춘들이 아닌, 자신의 꿈을 향해 넘어지면 일어서고 또 넘어지면 일어서 쟁취할 수 있는 그런 나라를 이뤄가야 한다.

그리고 아픈 영혼들을 달래주기 위해 한국교회가 먼저 나서야 한다. 정처 없이 방황하고 있는 우리 청춘들이 새 꿈과 희망, 소망을 갖고 세상에 나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그들의 피폐한 정신적 건강을 치유해주고, 하나님의 온전한 사랑으로 그들을 품어야 한다. 세상이 더 이상 회색빛이 아닌 따뜻한 색깔을 지닌 아름다운 곳이라는 것을 그들이 알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 어른들의 역할이자, 한국교회의 사명이다. 우울증에 빠진 이 나라가 다시 활기를 찾아 생동하는 나라로 거듭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예장 열린총회 초대총회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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