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성 길 목사
권 성 길 목사

미혼모로 어렵게 살아가는 영희의 이야기이다. 아이가 생겼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아이의 아빠 되는 남자 친구는 연락을 끊어버렸다. 사랑했다고 믿었는데…… 아이의 존재를 부정하고 달아나버린 아빠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영희는 어머니에게 그 사실을 알리려고 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힘겹게 생계를 이어가는 어머니가 그 소식을 들으면 쓰러질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어머니한테는 직장을 먼 곳에 구해서 자취한다고 말해놓고 지하 단칸방을 얻어 집에서 나와 지냈다.

배 속의 아이는 점점 커갔고, 영희는 그 아이를 배에 품고 새벽부터 밤까지 일했다. 죽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배 속 아이의 태동을 느끼면 그럴 수가 없었다. 아니, 더 힘을 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병원에서 아이를 낳은 날, 옆의 산모는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자랑스럽게 미역국을 먹는데, 영희는 죄인처럼 미역국을 먹었다. 미역국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눈물 미역국을 먹으면서도 영희는 오로지 아이 생각으로 버텼다. 아빠 없는 아이로 키워내려면 엄마가 강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산후조리도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와 아이 기저귀를 채우는데, 집주인 아주머니가 보더니 혀를 끌끌 찼다.

“지금이라도 가족에게 연락해서 도움을 받지 그래.”

 하지만 전후 사정을 다 듣고 난 아주머니는 영희를 안고 같이 울어주었다. 영희는 억눌렸던 슬픔의 뚝이 무너지기라도 한 듯이 옷섶이 다 젖도록 울었다. 산후조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영희는 아이를 키우며 일을 다시 시작했다. 한 달을 열심히 일해서 방세를 모아 집주인 아주머니에게 건넸다. 그런데 아주머니가 그 방세를 받지 않았다.

“왜 방세를 받지 않으세요?”

놀라서 묻는 영희에게 아주머니가 대답했다. 

“딸한테 방세 받는 엄마가  어디 있어? 영희 네가 엄마한테 알릴 때까지는 내가 엄마 해줄게.”

너무 고마워서…… 차마 고맙다는 말도 안 나오는데, 아주머니는 아기 우유며 기저귀마저 시장에서 한 보따리를 사와 건네면서 말했다.

“밥 같이 먹자. 밥 먹어야 힘도 나는 거야.”

그날 이후로 영희는 울지 않았다. 누군가 자신의 사정을 알아채기만 해도 눈물샘이 터질 것 같았는데, 엄마를 해준다는 집주인 아주머니의 말에 겁도 사라지고 다시 웃을 수도 있게 되었다. 영희는 아주머니에게 아이를 잘 키우고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새세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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