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화 목사.
임용화 목사.

8.15광복절을 앞두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0 도쿄 올림픽이 끝이 났다. 코로나19 갑작스러운 발현으로 무려 5년이라는 기간 동안 구슬땀을 흘린 우리 선수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비록 목표했던 순위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코로나로 지친 우리 국민들에게 격한 감동을 선사한 우리 국가대표들에게 고마움의 고개를 숙인다.

사실 이번 올림픽이 내심 기대됐던 것은 36년 동안 우리 민족을 억압했던 일본의 심장부에서 열렸기 때문이었다. 우리 민족에게 치욕을 안겼던 일본 그 한복판에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태극기가 일렁이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길 소망했다. 물론 코로나라는 변수가 있어서 전 세계 사람들 앞에서 원하는 장면은 연출되지 못했지만, 우리 선수들은 자신의 종목에서 뜨겁게 경쟁했고, 금메달과 은메달, 동메달을 따냈다. 마치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던 그 울림이 귓전에 들려오는 듯 했다. 그만큼 가슴 벅차고 기억 속에 오래 남을 장면이었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대한독립 만세가 절로 나왔다.

하지만 일부 국내 네티즌들의 도 넘은 대한민국 깎아 내리기에 말문이 막혔다. 솔직히 우리나라는 이번 올림픽 7위를 목표로 했지만, 코로나로 인한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아 목표를 이룰 것이라는 기대는 낮았다. 그렇다고 우리 선수들을 욕할 수 없는 것이 그들은 무려 5년 동안 개최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올림픽을 향해 매일 굵은 땀을 흘렸다. 그렇게 피나는 노력으로 오른 무대다. 결과가 좋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세계인들이 경쟁하는 무대에 오른 것만 해도 이미 높이 치켜세워도 된다. 그런데 결과가 좋지 못하다고 그저 깎아 내리고, 한일전을 치른 종목에서 오히려 일본 팀을 응원하는 모습은 가히 같은 민족이 맞나 싶을 정도다. 더구나 이루지 못한 결과에 가장 뼈아픈 것도, 슬픔을 겪는 것도 바로 선수 본인이다. 그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말은 못해줄망정, 폄훼하고, 가십거리로 사용하고, 어떻게든 깎아 내리려는 행태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안타까운 것이 이러한 행태가 오늘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는 것이 가슴이 아프다. 우리는 선조들이 목숨 바쳐 이룬 해방을 통해 오늘에 이르렀다. 그들의 대가 없는 헌신과 희생정신은 오늘 G7 반열, 선진국 대열에 오른 대한민국의 근간이 됐다. 그런데 그렇게 힘들게 얻어낸 해방이건만 오늘 한반도는 남과 북으로 갈려 여전히 하나 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민국은 진보와 보수의 이념논쟁, 동서갈등, 세대갈등, 남녀갈등, 빈부의 격차 등 수 없는 분열과 갈등으로 쪼개지고 쪼개져 있다. 도대체 우리 선조들이 지켜낸 나라가 왜 이렇게 흩어져 버렸는지 아쉬울 따름이다.

과거를 잊은 나라는 미래가 없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오늘 처한 현실에 딱 필요한 말이다. 대한민국은 하나로 뭉쳐야 한다. 우리가 숱한 외세의 침략에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힘없고 가엾은 백성들이 똘똘 뭉쳐 나라를 지켜냈기 때문이다. 올림픽은 끝이 났다.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 국민들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우리 선수들에게 따뜻한 한 마디를 보내길 바란다.

더불어 이를 계기로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되살리기 위해 다시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 여기에는 이념과 지역, 남녀, 빈부, 세대차이 등 무엇도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반쪽짜리 광복이 아닌 진정 하나가 되는 광복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이다. 그리고 남과 북을 하나로 잇고, 이념논쟁을 불식하고, 동서를 연결하고, 세대갈등을 종식하고, 남녀갈등을 없애고, 빈부의 격차를 줄이는데 한국교회가 선봉에 서길 기대한다. 올림픽은 끝이 났지만, 대한민국의 올림픽은 바로 지금부터인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사렛 증경감독·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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