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성 길 목사
권 성 길 목사

순이 씨가 운영하는 카페에는 여기저기 소박한 소품들이 놓여 있다. 오래된 자전거도 세워져 있고 오래된 책들도 꽂혀져 있고 꽃밭에 물주는 물뿌리개도 있다. 그리고 아기자기한 꽃들이 사방에 피어 있다. 신기한 물건도 있어서 이게 뭔가?”라고 물을 때마다 순이 씨가 대답한다.

우리 오빠가 쓰던 물건들이에요

우리 오빠가 쓰던 모자예요

우리 오빠가 영화감독이었거든요. 오빠가 촬영할 때 쓰던 거예요

순이 씨의 카페 공간 구석구석에는 그렇게 오빠의 흔적으로 가득하다. 순이 씨의 오빠는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은 순이 씨가 오빠를 보살폈다. 영화 일을 하던 오빠는 뜻대로 일이 잘 안 풀리자 술을 가까이하면서 많이 방황했다. 그러다 보니 순식간에 건강에 적신호가 왔다. 순이 씨는 오빠에게 카드를 쥐여 주며 식사를 거르지 말고 친구들도 만나라고 간곡히 부탁하곤 했다.

힘겹게 일을 하면서 오빠의 뒤 바라지를 하고 있던 그 어느날, 문자로 카드 사용 내역이 날아왔다.

‘OOO 동물병원 29만 원

순이 씨는 웬 동물병원인가 싶어 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라자 오빠가 말했다.

순이야, 미안하다

길가에 버려진 강아지 한 마리가 아파서 낑낑 거리길래 불쌍해서 동물병원에 데려가 치료해준 것이었다. 동생이 어렵게 번 돈을 썼다는 자책감에 오빠가 한 번 더 말했다.

순이야, 미안하다.”

그 후 투병 생활을 하던 오빠가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났다. 순이 씨의 귓가에 아직도 오빠의 그 목소리가 맴돌고 있다.

순이야, 미안하다. 미안하다.”

순이 씨는 생각한다. 어쩌면 그때 오빠는 그 유기견이 자신의 처지와 같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데려다 치료해 준 게 아니었을까. 작고 예쁘고 소박한 것을 유난히 좋아하던 오빠, 그래서 삭막한 영화관을 견뎌내지 못했던 오빠. 순이 씨는 오빠가 좋아하던 작은 꽃을 심었다. 그리고 오빠가 쓰던 물뿌리개로 꽃에 물을 준다. 오빠가 좋아하던 것들을 간직하고 가꾸다 보면 오빠에 대해 안타까움이나 미안함도 조금은 가시지 않았을까.

새세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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