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인 찬 목사
황 인 찬 목사

“광야에 외치는 자의 소리”(마 3:3)가 된 세례요한 같은 세상과 기존체제와 권력에 대하여 순응과 적응보다 저항하는 삶을 살지는 못해도 그런 사람을 이 시대는 동경하고 찾는다.

'들사람'이란 들에 있는 사람도, 들에 사는 사람도 아닌, 빈들 같은 세상에서 하늘의 소리를 외치는 사람이다. 문명의 상대어로 자연 상태가 들이다.

사람이 문명의 옷을 입으면 체면과 형식과 규범을 가진다. 인간의 탈, 껍질이 생기는 것이다. 곧 정치적ㆍ사회적 지위나 직위, 계급이 생기고, 그 입장이 생긴다. 나름 권력이나 지위를 가지면 껍질은 더욱더 두꺼워진다. 껍질이 두꺼우면 두꺼울수록 체면이나 형식도 이중삼중이 된다. 붉은 속살을 보려면 겉껍질과 속껍질 등 상당한 껍질들을 벗겨내야만 한다.

들사람의 다른 말인 야인(野人)은 권력을 잃은 사람, 권력 밖으로 내 쫓기거나 정치적 변방에서 떠도는 사람을 일컫기도 하지만 야인은 본래 그대로의 사람을 의미한다.

들사람은 사실 ‘맨사람’을 이름이다. 가식 없이 순전한 정신을 지닌 사람, 들사람, ‘맨사람’이 본래 사람이다. ‘맨사람’은 땅에 두발을 딛고 바로 서서 하늘(하나님) 소리를 듣고 제소리를 내는 사람이어서 들사람의 행동은 하늘의 섭리에 합치되고, 참에 합치된다.

얼은 무엇인가? 얼은 정신이기도 하지만 정신안의 기둥이 얼이다. 얼은 사람의 사람다운 본질을 일컫는다. 얼빠진 사람은 사람이 아니다. 얼이 모여 있는 곳이 얼굴이다. 그 사람 얼굴 보면 그 사람의 얼이 보인다.

씨알 함석헌 선생은 ‘들사람의 얼’을 이렇게 설파한다.

“들사람은 얼이 있다. 본래의 얼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들사람은 빈들에서 외친다. 하늘의 소리를 낸다. 어떤 소리인가? …… 본래, 그래서 들사람은 소리를 친다. 어떤 소리, 천둥소리다. 소리치지 않는 놈은 들사람이 아니다. 얼이 없는 놈이다. 소리는 밖으로 치는 것이 아니라 속으로 치는 것이다. 속으로 치는 소리가 계속되면 이 소리는 겉으로 결국 나오게 되어 있다.

소리를 내려면 자신의 몸을 찢어야 한다. 제 몸을 찢으려면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런 용기는 어디서 오는가? 자기가 맨사람인 것을 알면 거침없이 몸을 찢어낼 것이다. 자기에 하늘이 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늘 소리를 낼 것이다. 말로 몸을 찢는 것이 아니라 혼의 힘으로 육이 변화되면 함께 문이 열릴 것이다. 그것의 이세상의 첫째 문이요 하늘 문이다. 그것이 개벽이다. 개벽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찢고 나오는 것이다.”

우리에게 들사람의 얼이 있는가? 시대에 따라 들사람 정신, 야인정신이 나타나곤 했다. 이 시대도 이런 얼이 있는 들사람의 야인정신이 절실히 요구된다. 성직자, 언론인, 법조인, 교수들이 야인정신을 가져 외쳐야 한다. 목사 말고 언론인, 교수 ,법조인 등으로 있을 때는 나름대로 조금은 소리다운 소리를 내는 이들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권력자의 자리로 옮겨가면 전혀 침묵하거나 알 수 없는 소리를 웅얼거린다. 야인정신을 묻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본래 얼이 없는 자였을지도 모른다.

들사람 정신, 야인정신은 기존체제와 질서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실존적 위기감을 느끼고 그 체제, 그 질서 밖으로 나가 이렇게 살면 망한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며, 모두들이 잠에서 깨어나기를 깨우치는 것이 들사람 신앙정신이다. 이를 선지자적 외침이라고 한다. 이사야가, 예레미야와 아모스가 그리고 들사람 세례요한이 외쳐 살던 신앙정신이 야인정신이다. 세례 요한은 유대광야로 나가 꾸밈도 가식도 없이, 무엇에게도 매이지 않고, 사명에 매여 광야의 사람으로 살았다. 옷은 짐승 털옷을 입고, 음식은 메뚜기를 들꿀(石淸)에 찍어 먹으며 척박하고도 단순한 삶을 살았다. 오로지 하나님께만 속한 사람으로 살았다.

하나님의 선지자들은 하나님께만 속한 사람으로 광야의 소리가 되어 외쳤다.

들사람, 야인정신의 사람은 아무 일에나 사람에게도 굴절이 없고, 흔들림 없이 말씀에 매여 올곧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들사람은 청빈을 사랑하고 초월함으로 자유를 누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가난하지만 깨끗하게 무엇에도, 누구에게도 매임이 없이 세상부귀, 유혹, 명예에 초연한 듯 살아가는 사람이도 할 것이다.

들사람은 세속적인 가치관에 저항하며, 정치이념이나 시대이데올로기에 몰입되지 않고 부패한 맘몬의 질서에 대항하여 말씀과 말씀의 삶을 추구하는 십자가의 사람이다.

지금 한국교회는 이런 들사람들을 갈망한다. 들사람들이 일어나 외치는 교회다운 교회, 진리로 피 흘려 죽는 능력 있는 교회의 발현을 소망한다.

의왕중앙교회 담임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