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성 길 목사
권 성 길 목사

오늘 아르바이트노동자, 택배노동자들에 대한 인권문제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이런 상황서 편의점에 갔다가 아르바이트에게 다짜고짜 화를 내는 할아버지 한 분을 보았다. 노인이 계산을 하려는데,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다른 사람에게 물건을 찾아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할아버지, 지금 물건을 찾느라고 바쁘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종업원이 간절한 마음을 담아 할아버지에게 말했지만, 할아버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결국 화를 벌컥 내더니 급기야 물건을 던지듯 내려놓고 그냥 편의점을 나가버렸다. 오히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필자만 나처해졌다. 

화를 내는 할아버지를 보고 있자니, 캐서린 헵번과 헨리 폰다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 〈황금 연못〉에 나오는 할아버지가 문득 생각이 났다. 그리고 “늙으면 죽어야 한다”는 속담이 머리를 스쳐갔다.

영화 <황금 연못>의 할아버지는 어린 손자 빌리에게 화를 내자, 빌리가 할머니에게 “할아버지는 왜 나한테 소리를 질러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할머니가 손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빌리, 할아버지는 너한테 소리 지르는 게 아니란다. 할아버지는 인생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는 거야. 할아버지는 늙은 사자야. 늙은 사자는 아직도 으르렁거릴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만 하거든, 빌리, 언젠가는 사람을 잘 보아야 할 거야. 그리고 기억하렴. 그 사람은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야. 그는 단지 그의 길을 찾고 있는 거야”

그러고 보니 내 삶의 인생 끄트머리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해 보게 된다. 화를 낼 일도 아닌데, 벌컥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져버리고 휘적휘적 걸어가는 노인의 뒷모습에서 나의 모습이 투영되는 것을…. 노인의 등에는 분노의 허탈감과 슬픔이 어려 있었다. 

그리고 생각해 보았다. 혹시 할아버지가 귀가 안 들려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할아버지, 지금 물건을 찾느라고 바쁘니 조금만 기다리세요”의 말을 듣지 못한 것은 아닌지. 나도 더 나이를 먹으면, 청각이 떨어져 이 할아버지의 모습은 아닌지. 분명 사람은 남녀노소를 박론하고 누구나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에게 '온유의 열매'를 마음에 맺어야 한다.                
                    
새세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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