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안

가까이 오면 낯설고
멀어지면 알 듯 말 듯
어중간 하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누굴 닮긴 닮았는데
도통 잡히지 않는 감
심란해지다가
뜬금없이 쨍해진 생각
아! 
눈물겹다
익어가는 생 받들기

-『조선문학』 제363호(2021년 7월호)에서

*신순임 시인:
월간  『조선문학』 등단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국제팬 한국본부 회원 
시집 『무첨당의 오월』  『앵두세배』  『양동물봉골이야기』  『양동물봉골이야기 둘』 등

정 재 영 장로
정 재 영 장로

사물시(physical poetry)와 형이상시(metaphysical poetry)의 시창작법을 알게 해주는 교범적 작품이다. 전자는 사물에 대한 단순비유로 진술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그 사물의 내연 속에 들어가 있는 철학적인 의미를 들어내 전환시킨 초월적 비유를 말한다. 모든 비유는 상상에 근거하지만 그 상상을 초월해버리는 상상 또는 환상 세계에 대한 담론은 창조성의 발로다. 

시 제목인 노안은 나이가 든 사람들의 퇴행성 질환을 말한다. 그러나 화자는 그냥 나이가 들어 급작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연륜이 쌓여 생긴 축적물이란 걸 은영 중에 내포하고 있다. 이런 시각적인 현상을 통해 연륜이 가지는 철학적 담론을 비유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노안의 특성을 통해 인생을 바라보고 사고하는 이 작품은 앞서 서둘러 말한 형이상시 특성인 융합의 특징을 담고 있어 높은 신뢰를 줌으로 뛰어난 미학성을 지니고 있다.

인간 사이에서 가까운 것들이나 먼 것들의 의미를 잘 보여준다. 이 둘을 ‘어중간’이라는 말로 전체를 포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인생이란 문제는 낯설거나 애매하거나 시처럼 모호성을 지닌다. 그래서 인생 자체가 시가 되기도 한다, 그런 것들도 한순간 깨달음으로 다가온다. 이것을 통찰이라고도 하고 찰나의 깨달음이라고도 한다. 이런 깨달음은 과학적 지성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걸 설명이 불가한 영성의 터득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럴 때 삶의 숨겨진 의미가 남다르게 이해해진다. 삶의 의미는 과학적 방법인 관찰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영성의 통찰력으로 번개같이 알게 되는 것이다. 설명이 불가한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의 감격이나 희열을 눈물겹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노안으로 오는 불편함 자체를 화자는 익어가는 삶의 결과물로 받아들이고, 존재의 새로운 의미를 찾는 일을 ‘생 받들기’라고 말하고 있다. 그 말 속에 삶의 귀중한 의미를 깨닫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처럼 시인은 설명하지 않고 깨달음을 노래하는 사람이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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