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성 길 목사
권 성 길 목사

땅속에 묻힌 상태로 완전히 썩고 나서야 아름답게 승화되는 잘츠부르크의 암염……. 소금이 되려면 천둥과 번개, 거친 폭풍우를 견뎌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아주 작은 충격에도 너무 쉽게 포기해버리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오랜 인내를 거쳐 아름다운 결정체로 태어나는 잘츠부르크의 암염은 사랑의 과외선생이다. 

어느 분이 아파트로 이사하고 나서 위층에 떡을 드리려 올라갔다. 윗집에는 90대 노부부가 살고 있다고 들었다. 초인종을 누르자 백발이 성성한 90대 할아버지가 나왔다.

“할머니 계세요?”라고 묻자 할아버지는 안쪽을 향해 다정하게 불렀다. 
“마리아! 누가 찾아왔어요”

할아버지가 아내를 부르는 그 소리가 오페라 속 아름다운 아리아처럼 다정하고 로맨틱하게 들렸다. 남편으로부터 로맨틱하게 이름을 불리는 아내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졌다. 

그때 안쪽에서 할머니가 나오며, 대답했다. 

“네, 나갑니다.” 

할머니는 대답하며 현관 쪽으로 나왔다. 머리에 하얗게 서리가 내린 할머니였다. 그런데 평생 사랑을 받고 산 느낌이 가득 풍겨 났다. 왜 저리도 곱게 나이가 드셨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부부가 한평생을 살면서,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을 주고받은 결과가 아닐까. 

왜 나는 이렇게 못사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하며, 회의에 빠졌다. 남편과 사랑을 주고받는 것이 모자라 그러는 것은 아닌가. 사람은 누구나 마음을 주고받아야 행복하다. 그래야만 부부간에 사랑이 싹튼다. 서로 믿음이 생긴다.  

90의 나이가 넘도록 다정하게 아내의 이름을 부르고 존댓말을 쓰는 할아버지, 그리고 90의 나이가 넘도록 사랑을 듬뿍 받는 느낌이 분홍빛 뺨에 어려 있는 할머니……. 

부부라고 해서 서로 함부로 부르거나 대하지 않고, 서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노부부를 보노라니 어느 노부부의 사진 한 장이 떠올랐다.

결혼 75주년을 맞은 90대 노부부의 사진이 SNS에 소개된 적이 있다. 치매에 걸린 부인에게 음식을 떠먹여 주고 그녀가 음식을 흘리면 다정하게 입가를 닦아주는 남편……. 

이 노부부에게는 시간이 가져가는 사랑 따위는 없다. 흐를수록 더 깊어가는 사랑만 있다. 그렇다 사랑은 시간이 흐르면서, 더 깊어지는 것이다. 

새세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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