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지만, 금주부터 수도권의 식당과 카페, 그리고 가정에서 백신 접종 완료자를 포함해 6명까지 모임을 할 수 있게 완화됐다. 비수도권에선 접종 완료자 포함해 8인까지 모임이 가능해지고 식당 카페의 영업시간도 오후 10시까지로 늘어난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세에도 불구하고 고강도 방역에서 일부 완화된 모임 기준을 마련한 것은 코로나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중되는 서민 경제난과 의료진의 피로도로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두 달여 지속된 거리두기 4단계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현실 인식도 한몫했다. 따라서 방역 당국으로서는 일일 환자 발생보다는 중환자나 치명률을 중심으로 방역체계를 전환함으로써 국민의 일상 회복을 앞당기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최근 영국과 미국 등은 축구, 야구장 등 수 만명을 수용하는 다중 이용시설에서 마스크도 쓰지 않고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아도 되는 이른바 위드(With) 코로나를 시행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미 국민 80% 이상이 백신 접종을 마친 상태여서 감염이 돼도 치명률이 위험 수준이 아니라고 보고 코로나를 마치 지나가는 감기 정도로 여기겠다는 자신감의 발로이다.

그러나 일부 외국의 사례는 아직 백신 접종 완료율이 30% 초중반대에 그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아직 요원한 이야기다. 따라서 정부는 아직 본격적인 위드 코로나는 아니더라도 백신 접종 인센티브를 적용해 일부 기준을 완화한 새 방역 지침으로 코로나와의 공존으로 가는 조심스러운 첫걸음을 내딛으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국민 대다수가 원하더라도 섣부른 위드 코로나시도는 자칫 현재의 방역에 대한 경계심을 허무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지금의 백신 접종률을 높이지 않는 한 기대와 희망만으로는 더 큰 불상사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에 대해 성인 80% 접종 완료를 그 시행 조건으로 제시하면서 그 시기를 10월말 경으로 내다봤다. 그때쯤이면 국민 10명 중에 7~8명이 백신 접종을 완료할 것이라고 보는 것인데 지금과 같은 백신 수급 불안정으로는 그마저도 장담하기 어렵다.

더욱이 아직 접종 완료자가 30%대 초반에 머물러 있는 현실에서는 규제를 풀었다가 느슨해진 방역망을 뚫고 확진자가 폭증하는 현상이 벌어질 때 위드 코로나실현은 더 멀어질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다음 주는 우리 민족의 고유의 명절인 추석이다.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날에 연이어 고향 방문을 자제하고 집에 머물러 줄 것을 당부해온 정부와 방역 당국으로선 또다시 큰 고민에 빠지게 됐다. 그러나 언제까지 1년에 한두 차례 이뤄지는 자연스러운 가족 상봉까지 정부가 나서서 막을 명분은 없다. 따라서 올 추석에는 백신 인센티브를 적용해 가족끼리는 6~8명까지 모임이 가능하도록 일부 완화하면서 개개인이 방역에 철저해 줄 것을 권고하기로 한 것이다.

위드 코로나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려면 무엇보다 국민 개개인에게 더욱 큰 책임이 요구된다. 코로나와 공존한다고 기본적인 방역 수칙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연령대에 맞춰 반드시 제때에 백신을 접종해야 하지만 마스크쓰기는 필수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마스크야말로 나와 타인을 보호하는 가장 강력한 보호막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나와 가족, 이웃을 위해 다소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야말로 위드 코로나의 첫걸음이다.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