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규 목사.
강동규 목사.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란 말이 있다. 오곡백과가 풍성하게 익고, 모처럼 온 가족이 오순도순 모여 담소를 나누는 모습에 절로 포근해진다. 하지만 올해 추석은 예년과 달리 풍성함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벌써 2년째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전반이 꽁꽁 얼어붙었고, 고향을 찾아 부모님을 만나는 것도 위험한 시대가 되어 버렸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소위 대목 장사라고 해서 명절을 앞두고 신바람이 나던 가게들이 요즘에는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티기도 힘든 상황에 처했다. 코로나19가 연일 기승을 부리면서 강화된 거리두기 단계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한숨 소리가 하늘을 친다. 이제는 생계를 떠나 생존의 문제가 되어 버렸다. 오죽하면 비바람이 부는 날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거리에 나서겠는가.

풍성함이 부족한 것은 자영업자뿐 아니라 한국교회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작과 함께 한국교회의 현실은 바람 앞에 등불과 같이 되어 버렸다. 예배의 자유마저 박탈당해 모이지 못했고, 이내 성도수 감소라는 철퇴를 맞게 됐다. 급기야 더 이상 견디지 못해 문을 닫는 교회까지 생겨나게 됐다. 그런데도 교회발코로나 확진이라는 말이 연일 뉴스를 통해 보도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수천명이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공간에 고작 19명만이, 그것도 온라인 영상예배를 위한 진행요원으로 참석한 것은 억장이 무너질 노릇이다. 도심도 도심이지만, 지역교회의 상황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오히려 더욱 힘든 시절을 보내는 것이 지역교회이기도 하다. 그들의 아픔을 나 몰라라하는 것은 한국교회 전체의 위기를 모른 척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뿌리가 튼튼하지 못한 나무가 어떻게 올곧게 설 수 있겠는가.

이처럼 오늘의 시대는 현대판 보릿고개나 다름없다. 국가경제는 물론, 사회, 종교에 이르기까지 어디 하나 성한 곳 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느 때 보다도 풍성해야할 계절이 어느 순간보다 굶주림의 시기가 되어 버렸다. 말 그대로 마이너스 재정에 허덕이고 있다. 나라곳간이 텅텅 비고, 개인경제도 바닥을 치며, 기약 없는 회생의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가늠조차 안 선다. 이른바 영끌’, 무리한 빚을 내서라도 투자에 목을 매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위기에 처해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서로를 돕고 살아야 한다.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사회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아낌없이 돕고, 사랑을 나누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차갑게 얼어붙은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꿈을 꾸고 희망을 품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줘야 한다.

자영업자들이 주저앉지 않고 당당히 일어서 내일을 향해 전진할 수 있도록 하나라도 더 소비에 나서고, 지역사회의 복음화를 위해 묵묵히 애쓰고 있는 지역교회들에게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도움의 손길을 건네야 한다. 꼭 재정적 도움이 아니더라도 따뜻한 말 한마디와 작지만 정성스러움을 가득 담은 행동이라면 멈춰버린 경제의 동력을 다시 힘차게 돌릴 수 있다. ‘희망마저 포기해 버리면, 더 이상 소생의 기회가 없다.

우리나라 민족은 과거부터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똘똘 뭉쳐 슬기롭게 극복해 왔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견디고 서로 도우며 난관을 헤쳐 왔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다. 이번에도 대한민국의 저력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보호하심과 함께하심으로 비어가는 곳간이 다시 차고, 주저앉은 국민들이 다시 일어나 힘차게 도약하는 역사가 일어날 것이다.

2021년 추석이 일상적인 한가위가 아닌 대한민국이 다시 일어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마치 초승달부터 차츰 차올라 보름달이 되듯이, 대한민국 구성원 모두가 위기에 처한 나라를 살리기 위해 모두 한마음으로 이 난국을 헤쳐 나가서 풍성한 보름달을 만들길 기대한다. 그리고 부족하고 모자란 쓸쓸한 명절이 아닌,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이 강 같이 흘러넘치는 풍성한 명절이 되길 소망한다.

 

예장 개혁선교 부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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