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자랑스러운 한글은 조선의 마지막 순간까지 천한 글자 취급을 받았다. 부녀자나 평민들 사이에서만 사용되던 비주류 문자였던 것이다. 그러나 조선이 무너지고 20-30년 만에 한글은 주류로 올랐다. 이 놀라운 변화의 한가운데에 기독교가 있고, 특히 기독교서회가 큰 공헌을 했다.

이러한 가운데 109일 한글날을 앞두고 월간 기독교사상10월호에서는 특집-한글과 조선예수교서회 간행물을 마련해 한글과 기독교의 관계를 재발견하기 바랐다.

서회는 한글로 된 양질의 읽을거리가 없던 조선에 신앙서적뿐 아니라 의학, 수학, 역사, 지리, 각종 교양 분야의 책과 한영사전까지 펴냈다. 이를 통해 한글은 사회 전반에 통용되었고, 주류 문자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한글 보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기독교와 서회의 공헌은 교회와 학계의 무관심 속에 묻혀 있었다. 이에 서회는 작년에 계획했던 대한기독교서회 창립 130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엄이 연기되어 올해 갖고 그 공헌을 다시 주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번 특집에는 연세대학교 허경진 명예교수를 비롯해 한양대학교 서신혜 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 안예리 교수, 연세대학교 여인석 교수 등의 심포지엄의 발표 글 네 편을 실었다.

먼저 허경진 명예교수는 한글과 조선예수교서회 교양·문학 도서란 제목으로 교양·문학 도서를 중심으로 서회의 간행물이 한문 독자로부터 한글 독자로 옮겨오는 과정을 살폈다.

허 명예교수는 조선시대에 간행되는 책은 대부분 한문으로 되어 있어 한글을 아는 독자들은 읽을거리가 없었다, “이를 본 선교사들은 한글을 활용하면 전도와 선교에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1890조선성교서회를 조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허 명예교수는 이렇게 시작된 서회가 어떤 교양·문학 도서로 조선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상세히 서술하고, 숨겨졌던 한국인 공동번역자의 존재, 한국어 교재와 한글 찬송가 편찬에 얽힌 뒷이야기 등 세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어 서신혜 교수는 한글과 조선예수교서회의 여성·아동 도서란 제목으로 조선의 여성과 아동들에게 서회의 한글 서적이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에 주목했다.

서 교수는 서회는 공식 문서에 한글을 쓰도록 한 갑오개혁보다 먼저 온전한 한글 책을 펴내고 있었다, “압제에 시달리던 여성들은 서회가 펴낸 한글 찬송가를 부르며 위로를 받았고, 서회가 펴낸 한글 교과서를 보면서 지리나 산수 등 지식을 얻었다. 조선시대의 여성·아동이 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상황을 개선하는 책도 역시 서회에서 나왔다. 그리고 이러한 서적의 보급은 단지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고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서 교수는 서회가 펴낸 아모권면이나 태모위생과 같은 태교와 양육에 관한 책은 여성과 아동에 대한 인식을 크게 개선했고, 남녀평등 사상을 퍼뜨리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안예리 교수는 근대 한국어와 게일의 한영자전이란 제목으로 안예리 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은 선교사 게일(J. S. Gale)이 펴낸 한영ᄌᆞ뎐을 분석하여 조선 사회와 근대 한국어의 변화를 살폈다.

안 교수는 먼저 한영자전의 표제항과 약호 표기들을 분석하며, 사전 편찬자들이 한국어를 어떻게 인식했는지를 밝히고, 이어서 한영자전의 종교 관련 표제항을 분석하며 당시의 기독교 용어와 그에 대한 인식을 설명했다.

안 교수는 게일의 한영자전은 판을 거듭하며 바뀌어나갔다, “근대의 사상과 문물의 수용으로 한영자전에 전기 관련 어휘와 새로운 학문 어휘가 추가된 것이다. 국어사전이 없던 현실에서 풍부한 정보를 담은 한영자전의 존재가 한국어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인석 교수는 한글과 조선예수교서회의 보건·의학 도서란 제목으로 서회의 책을 비롯한 보건·의료 도서를 통해 의료와 교육, 출판이 서로 연결되는 양상을 탐구했다.

여 교수는 “1910년 이전에는 의학교재 출판의 비중이 컸다. 한국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제중원은 당시 의학교육기관의 역할도 했는데, 영어로 이루어지는 교육 때문에 운영이 결실을 맺지 못했다면서, “이에 제중원은 쉬운 우리말 해부학 교재 등을 번역 출간했다. 일제강점기가 되며 교재 출판은 중지되어 일반인 대상 계몽 서적의 비중이 늘어났다. 이때 서회가 당시 의료선교사협회의 도움으로 의욕적으로 의학 관련 시리즈를 기획하여 출간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여 교수는 당시 의료 관련 서적이 대부분 일본과 서구의 번역물이었음을 지적하며, 의료선교사와 한국인들이 쓴 서회의 보건·의료 도서는 조선의 실제적인 문제에 대한 응답이었음을 강조했다.

이밖에도 10월호에는 한강희 박사(한신대학교)10월호부터 6회에 걸쳐 선교적 교회 운동을 소개한다. 이번 호에서는 선교적 교회 운동의 국내 흐름과 동향이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한 박사는 “‘선교적 교회의 이해와 실천’-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 운동이 우리나라에서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기존에 있던 교회 운동(교회성장 운동, 자연적 교회성장 운동)의 대안으로 부상한 선교적 교회 운동의 개념과 정의 등 이론적 정립 과정, 그리고 목회현장에서의 적용 등 실천에 관한 내용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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