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국 경 목사
김 국 경 목사

펄벅이 쓴 『대지(大地)』의 내용을 보면 주인공 왕릉이 어느 날 아내 될 처녀를 데리고 시장에서 복숭아 몇 개를 사서 함께 먹으면서 들판 길을 걷고 있었다. 왕릉이 복숭아를 먹은 후 씨를 연속 길가에 던져 버리는 것을 보자 처녀는 그 씨를 모두 주워 다가 누구의 소유인지 알지 못하는 땅을 깊숙이 파고 심었다. 그녀가 심은 씨는 불원 썩어서 또 다른 생명의 싹을 내고 어린 유실수는 대지를 뚫고 나올 것이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높이 자라 한그루의 나무가 되어 가지에 꽃을 피우고 귀한 열매를 맺어 누구엔가 제공을 할 것이다.   

 하나님이 대지위에 심어놓은 각종 유실수들이 결실의 계절인 가을을 맞아 저마다의 품종에 따라 열매로서의 자태를 만천하에 드러내고 있다. 성경은 하나님께 선택받은 그리스도인을 나무에 비유했고 열매를 믿음의 사람들의 삶의 결과임을 교시하고 있다. 성경은 “좋은 열매 맺지 아니하는 나무마다 찍어 불에 던지우리라.”(마3:10)고 했고 “나무는 각각 그 열매로 아나니 가시나무에서 무화과를 또는 질려에서 포도를 따지 못하느니라.”(눅6:44)라고 했다.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어야만 하고, 좋은 열매는 좋은 나무에서만 열린다는 것은 창조의 원리이자 생태계의 법칙이 되기도 한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이 열매를 따기 위하여 특별한 곳에 심겨진 무화과나무에 비유를 했다(눅13:6). 무화과는 이스라엘을 상징하는 나무로, 나무가 제멋대로 볼품없이 자라기 때문에 목재로도 쓸모없고, 꽃이 없어서 향기도 없는 나무로서 오직 열매만을 기대하는 나무인데 열매가 맺히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예수님은 잎만 무성하고 열매를 맺지 않은 무화과나무를 저주를 해서 나무가 말라죽는 모습을 제자들에게 보여 주심으로 나무인 그리스도인의 삶의 결과인 열매를 맺지 못한 책임을 엄하게 묻는 충격적인 교훈을 주셨다. 열매는 한 인간의 삶에 성실여부와 믿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며 인간의 책임감을 나타내는 표준이 된다. 주님이 이 땅에 계실 때에 잎만 무성한 무화과나무 앞에 서서 열매를 찾으셨으나 열매가 없자 실망하고 돌아가셨던 것처럼, 지난날 주님이 우리 앞에 수없이 오셔서 열매를 찾지 못하고 돌아가셨을 것을 생각하면 부끄럽기가 그지없다.  

 성령의 열매는 아홉 가지로 그중에 첫 번째 열매는 ‘사랑’(갈5:22)이며, 으뜸가는 은사 또한 사랑(고전13:13)이다. 사랑의 열매로서의 최선의 삶은 한 알의 밀알처럼 땅에 떨어져 죽는 것이다. 자신이 희생하지 않고는 더 좋은 열매를 맺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주님은 강도만나 죽어가는 사람을 구해준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하시면서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행하라”고 말씀하셨다. 사랑한다는 것은 명사(名詞)가 아니라 동사(動詞)이다. “가서, 행하라”는 것이다. 사랑에는 대가를 치루는 희생이 따른다. 예수님은 인류를 죄악에서 구원하시기 위하여 이 땅에 오셨고 십자가에서 인류가 지은 죄의 대가를 죽음으로 치루셨다. 주님은 땅에 떨어져 죽어 많은 생명이 태어나게 하는 밀알의 교훈(요12:24)을 사랑으로 몸소 실천하셨다. 나무와 열매를 통해 얻는 교훈을 거울삼아 앞으로 자신이 좋은 나무가 되어 좋은 열매를 맺어가도록 힘쓰자. 

예장합동선목총회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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