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성 길 목사
권 성 길 목사

어느 날 친구와 만나서 일을 보고, 가까운 회사의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멀리가서 식사하기도 그렇고, 비싼 값을 내고 밥 한끼를 먹기도 그렇고 해서 가까운 구내식당을 찾았다.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려면 식판을 들고 긴 줄을 서야만 한다. 차례차례 밥과 국과 반찬들을 떠서 식판에 담은 다음 자리를 찾아 앉아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식당 입구에 놓은 메뉴판에 내가 좋아하는 ‘성게 미역국’이 적혀 있어서 입에 군침이 돌았다. 회사 직원들이 대부분 나와 같은 마음으로 식당에 들어섰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친구와 나는 식판을 들고 긴 줄을 섰다. 그런데 앞줄에서 할아버지가 먹다 남은 잔반(먹다 남은 밥과 반찬)을 잔반통에 붓는다는 것을 그만 실수로 국통에 쏟아버렸다. 그 뒤에 줄을 서서 국을 뜨려던 사람들은 당황했다. 당활 할 수밖에 없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던 사람이 큰 소리로 외쳤다.

“할아버지, 잔반을 거기에 쏟으면 어떻게 해요!”

할아버지는 당황해서 어찌 할 줄을 몰라 했다. 조리사들도 망연자실해 있었다. 그런데 그때 뒤에서 한 아주머니가 쾌활한 목소리로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괜찮아요. 할아버지, 국이 없어도 맛있는 반찬이 많네요”

아주머니의 그 한마디에 불쾌하거나 난처해하던 사람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누그러졌다. 할아버지의 실수 때문에 많은 사람이 따뜻한 국을 먹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괜찮다고 할아버지에게 말해줬다. 영양사는 얼른 뛰어나와 국을 못 먹게 된 사람들에게 국 대신 김을 나눠주었다.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해요”

얼굴이 홍당무가 된 할아버지는 줄을 선 사람들에게 연신 사과를 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국이 없어도 괜찮다며 맛있게 식사를 했다. 성게 국은 못 먹었지만 배는 더 든든하고 마음은 더 따뜻해졌다. 

오랜만에 정이 넘쳐흐르는 맛있는 점심을 먹고, 기분 좋은 마음으로 웃으며 식당을 나왔다. 이날 나는 살맛나는 세상을 어느 구내식당에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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