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앞선다는 것은
뒤돌아볼수록
힘겨운 외로움이다
밤새 
뜬 눈으로 새운
얼굴이 창백하다

-시집 『고구마껍질에게 고함』에서

*진명희 시인: 
『조선문학』 등단. 충남예술문학상. 충남문학작품상 조선문학작품상 충남시협작품상. 매헌문학상. 국제문학  올해의 탑 작가상. 시집 『여정』 『고구마껍질에게 고함』 등 6 권 상재

정 재 영 장로
정 재 영 장로

봄철에 가장 일찍 피는 산수화 특성을 들어 ‘앞선 사람’으로 비유했다. 산수화는 사상이나 학문이나 예술 심지어 정치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아방가르드의 정신을 가진 자들의 총칭이다. 이것은 관념이나 정서를 사물로 말하려는 의도다. 사물시(physical poetry)로 사상이나 정서로 이동(meta~)시키려는 면에서 형이상시(metaphysical poetry)의 형태를 확인시켜준다. 

앞선 사람들의 모습은 고단하고(힘겹고) 고독(외로움)할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말하고 있다. 겨울이라는 혹독한 계절 후 산수유의 모습과 일치한다. 

‘뜬 눈으로 새웠다’ 함은 시대에 대한 각성이다. 깨어있는 지성인의 단면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밤새’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밤이란 긴 어둠과 추운 겨울밤이다. 산수유에겐 봄은 무의식중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각성을 통해 능동적으로 맞이하는 화자 의식을 빗대어 놓고 있다. 따뜻한 봄을 맞이하기 희망을 예견하는 시대다. 그런 지난한 시대를 사는 선각자의 투쟁 의식을 암시하고 있다. 

‘창백하다’고 말함은 그런 고난을 자기 몸으로 흡입시킨 투쟁정신을 보여준다. 선각자란 단순히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닌 행동하는 사람임을 함축하고 있다. 지성과 행동을 형상화하려는 의도임을 짐작케 해준다. 즉 시대를 부둥켜안고 고난의 시절을 보내는 일, 핍박을 견딤으로 역사를 이끌고 가는 전위적 역사관을 은유하려 함이다. 겨울과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에게는 자기희생 없이는 봄의 진정한 의미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형식주의 입장에서 본다면, 융합시론에서 말하는 겨울과 봄의 양극화 이미지와 힘겨움과 외로움을 형상화시켜 생긴 카타르시스가 주는 통징의 구조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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